‘자본론’ 최초 완역 진보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 별세

‘자본론’ 최초 완역 진보 경제학자 김수행 교수 별세

입력 2015-08-02 13:16
수정 2015-08-02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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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크스 경제학의 대부’…서울대 첫 ‘마르크스 전공’ 교수국내 비주류 경제학 근간 쌓아…일반인 위한 저술활동도 활발

한국의 대표적인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자인 김수행 성공회대 석좌교수가 지난달 31일 별세했다. 향년 73세.

김 교수는 카를 마르크스의 ‘자본론’을 국내 최초로 완역한 인물로, 우리나라에서 최고의 마르크스주의 연구자로 꼽힌다.

2일 성공회대에 따르면 김 교수의 지인들은 김 교수가 지난달 24일 아들을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갔고, 같은 달 31일 심장마비로 숨을 거뒀다고 전했다.

유가족들은 미국에서 장례를 마친 뒤 다음 주말께 김 교수의 시신을 한국으로 옮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후쿠오카에서 태어난 고인은 서울대 경제학과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69∼1975년 한국 외환은행에서 근무하다 학문에 뜻을 두고 영국으로 떠났다.

런던대학교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그는 귀국해 한신대 무역학과 부교수,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등을 역임했다.

그는 1989년 2월 ‘진보적인 학문을 배우고 싶다’는 서울대 학부생과 대학원생들의 지지로 기존 경제학부 교수들의 반대를 뚫고 서울대 교수에 임용됐다.

고인은 생전 인터뷰에서 “나는 행운아다.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해 자칫 제대로 된 직장도 얻지 못한 채 야인생활을 할 수도 있었는데 이렇게 좋은 대학에서 후학들을 가르칠 수 있었으니 참 운이 좋았다”라고 회고하기도 했다.

고인의 강의를 들은 제자들은 “김 교수가 학생들에게 마르크스주의자가 되라고 강요하거나 이론적인 도그마에 갇힌 학자가 아니었다”고 기억했다.

현실 자본주의 체제의 근본적인 한계와 문제점을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통해 발견하고 대안을 모색하려 고민하는 학자였다는 게 후학들의 평가다.

김 교수는 2008년 2월 정년퇴임 당시 서울대에서 마르크스 경제학을 전공한 유일한 학자였다.

당시 서울대가 김 교수 후임으로 마르크스 경제학이 아닌 ‘경제학 일반’ 분야 전공자를 뽑기로 하면서 서울대 마르크스 경제학의 학맥이 끊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학교 안팎에서 나오기도 했다.

김 교수는 퇴임 이후에도 한국 비주류 경제학의 근간을 쌓으며 최근까지도 성공회대에서 개인 연구와 후진 양성에 힘썼다.

마르크스의 ‘자본론’과 더불어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도 번역했다. 자본주의 연구를 위한 중요한 두 저작을 모두 번역해 학문적인 균형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다른 저서로는 ‘정치경제학원론’, ‘자본론 연구’, ‘자본론 공부’ 등이 있다.

2010년에는 자본론과 국부론을 청소년과 일반인의 눈에 맞게 풀어쓴 ‘청소년을 위한 자본론’, ‘청소년을 위한 국부론’을 각각 펴내며 일반인을 위한 저술 활동에도 힘썼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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