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손잡고 부산 소녀상 찾는 시민들…“직접 보니 울컥”

아이 손잡고 부산 소녀상 찾는 시민들…“직접 보니 울컥”

입력 2017-01-08 13:47
수정 2017-01-08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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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있음.>>경찰, 일본 사과 요구하는 현수막 고의 훼손 용의자 압축

“일본이 우리나라를 강제로 점령했을 때 어린 나이에 끌려가 일하다가 온 억울한 사람을 기억하자는 뜻에서 세운 동상이란다.”

“엄마, 그런데 왜 이 언니는 신발을 안 신고 있어요?”

“강제로 끌려가는 바람에 신발을 신을 틈도 없었단다.” “불쌍해요.”

8일 오전 11시께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여덟 살배기 딸 규리양과 엄마 김지현(39)씨가 나눈 대화다.

아침에 비가 내려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소녀상을 찾는 시민의 발길은 끊이지 않았다.

지난 6일 이 소녀상을 두고 한일 정부 간 외교갈등이 본격화했다는 뉴스가 나오자 7∼8일 방문객은 지난 주말보다 눈에 띄게 늘었다. 일본과 우리나라 자치단체 반대를 무릅쓰고 시민 힘으로 건립한 소녀상을 직접 보고 싶어서다.

아이 손을 잡고 나온 가족 단위 관람객이 주를 이뤘다.

대구에 사는 김씨는 남편, 딸과 함께 볼일이 있어서 부산에 온 기회를 이용해 이곳에 들렀다고 했다.

김씨는 “딸이 위안부 개념을 이해할 수 없을 것 같아서 그냥 일하러 끌려갔다고 설명해줄 수밖에 없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 김지훈(41)씨는 “소녀상을 직접 보니 울컥한다”면서 “왜 우리가 일본에 좀 더 강력하게 사과를 요구하지 못하는지 안타깝다”고 말했다.

부산 북구 화명동에 사는 최봉익(70)씨는 주머니에서 폴더 폰을 꺼내 소녀상 모습을 찍고 있었다.

그는 일제가 우리에게 한 일을 손녀가 기억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게 교육이라고 생각해 사진을 찍는다고 말했다.

최씨는 “(위안부로 끌려간 소녀들이) 얼마나 고생을 했겠느냐”면서 “가슴이 저리다”고 착잡한 심정을 토로했다.

주말을 맞아 부산에서 출장 중인 아빠를 만나러 온 딸의 손을 잡고 소녀상을 찾은 항공사 직원 윤민환(33)씨는 “일제가 이렇게 어린 소녀를 끌고 가 힘든 일을 시켰고, 일본의 사죄를 받지 못한 그 소녀는 이제 할머니가 됐다고 말해줬다”고 밝혔다.

말없이 일본영사관을 바라보고 있는 소녀상은 외롭지 않았다.

목에는 목도리가 네 겹으로 감겨 있고, 머리에는 털모자가 씌워져 있었다. 무릎과 발에는 담요와 핫팩, 양말이 놓여 있었다.

추운 겨울을 따뜻하게 보내길 바라는 시민의 마음을 표현한 것이다.

초콜릿, 사탕, 삶은 고구마, 비스킷, 음료수, 껌 등 아이들이 주고 간 듯한 선물도 수북하게 쌓였다. 8일 오전 비가 온 것을 의식했는지 우산 1개도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일본영사관 앞에 소녀상을 건립한 ‘미래세대가 세우는 평화의 소녀상 추진위원회’는 “우리 정부가 수세적으로 대응할 게 아니라 국민 여론을 바탕으로 위안부 합의를 철회하고 재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소녀상이 한일 외교의 ‘핫 플레이스’가 되면서 경찰은 주변 경계를 한층 강화했다.

경찰은 또 지난 6일 소녀상 주변에 걸려 있던 시민단체의 현수막 4개가 훼손된 사건 용의자를 추적하고 있다.

일본영사관 주변 폐쇄회로(CC)TV를 분석해 6일 오전 3시 40분께 후드 티, 패딩 점퍼, 스키니 바지, 운동화 차림 용의자가 범행을 저지르는 장면을 포착했다.

젊은 남성으로 추정하는 용의자가 빠른 걸음으로 걸어가면서 현수막을 잇달아 찢는 것을 확인, 동선을 따라 CCTV를 추가로 확보해 용의자를 압축하고 있다.

부산 소녀상은 한일 위안부 합의에 반발해 시민이 낸 성금 8천500만원으로 건립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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