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걀없는 식판 아동센터 ‘한숨’

달걀없는 식판 아동센터 ‘한숨’

홍인기 기자
홍인기 기자
입력 2017-01-08 17:54
수정 2017-01-08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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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성비’ 좋은 달걀값 폭등에 대체재 고민… 방학으로 아이들 몰려 부실 식단 우려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로 저소득층, 맞벌이 자녀 쉼터인 지역아동센터 식판에서 달걀이 사라졌다. 달걀은 저렴하면서 아이들의 입맛에 맞고 균형 잡힌 식단을 구성할 수 있는 식재료로 인기가 높다. 달걀값이 치솟고 물량도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 겨울방학을 맞은 아이들이 몰리는 시기가 겹치면서 정부에서 식대지원을 받는 지역아동센터들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 6일 특란 1판(30개)의 평균 소매가는 8960원으로 1년 전 같은 날의 5359원보다 무려 67.2%가 올랐다. AI로 인해 가금류를 식단에 올릴 수 없는 상황에서 달걀 가격까지 급등하자 센터들은 단백질과 지방을 채워줄 만한 대체 재료를 사용하고 있다.

대구의 한 센터 관계자는 “가격뿐 아니라 안전성에 대한 걱정 때문에 닭고기와 달걀을 반찬으로 내놓지 않은 지 꽤 됐다”며 “대신 때때로 우유를 준다”고 전했다. 서울의 센터 관계자는 “달걀 반찬은 두부 등으로 대체하고, 달걀이 들어가는 전이나 장조림에는 돼지고기나 전분, 밀가루 등 다른 재료를 늘리고 있다”고 말했다.

센터에서는 달걀의 대체 재료로 우유나 두부를 쓰지만 가격이나 영양 면에서 완벽하게 대신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이영은 원광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단백질의 질로 평가하면 달걀은 가격 대비 가장 좋은 식재료”라며 “우유와 두부로 식단의 영양소 균형을 맞출 수 있지만 우유는 반찬으로 구성하는 데 한계가 있고, 두부 요리는 아이들이 잘 먹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직접 급식을 만들지 않고, 외부 도시락을 공급받거나 단체 급식소를 이용하는 곳은 아직은 사정이 크게 나쁘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달걀 공급이 회복되지 않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 도시락을 공급받는 서울의 한 센터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큰 변화를 느끼지 못했지만 AI가 지속되면 달걀 반찬이 줄어들거나 단가가 오를까 걱정된다”며 우려를 드러냈다.

그나마 걱정이 덜한 곳은 인근에서 유기농 달걀을 직접 조달받는 센터들이다. 부산의 한 센터 관계자는 “공급량도 아직 크게 문제가 없고 유통망을 많이 거치지 않기 때문에 가격 인상 폭도 크지 않는 상태”라고 했다.

학습, 놀이, 식사 등을 제공하는 지역아동센터는 겨울방학이 되면 맞벌이 부모 및 저소득층 아이들이 몰린다. 2015년 기준으로 전국 4102개 센터를 이용한 아이들은 모두 11만 9746명이었고 정부가 지원한 1인당 한 끼 식사 비용은 전국 평균 3886원이었다.

홍인기 기자 ikik@seoul.co.kr
2017-01-09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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