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통령 독대 때 발언·최순실 존재 안 시점 등 ‘의심’
박근혜 대통령과 삼성그룹 사이의 뇌물수수 의혹을 수사 중인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삼성그룹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위증 혐의(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로 처벌하기로 방침을 굳힌 것으로 전해졌다.9일 법조계에 따르면 특검팀은 이 부회장이 지난달 9일 국정조사특위 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과 독대 때 삼성물산 합병이나 기부금 출연 얘기가 오가지 않았다”고 증언한 이 부회장이 위증한 정황이 있다고 보고 뇌물수수 의혹과 별개로 위증 혐의도 적극 수사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은 조만간 이 부회장을 국조특위에 위증 혐의로 고발해달라고 요청할 전망이다.
이 전 부회장은 청문회에서 “(2015년 7월 25일) 30~40분 (대통령과) 독대했는데 기부 얘기는 없었다. 문화융성이란 단어가 나왔던 것 같은데, 나는 출연을 해달라는 거로는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또 최순실 지원 건에 대해 누구로부터 보고받았느냐는 국조특위 위원들의 추궁에는 “나중에 문제가 되고 나서 미래전략실장과 팀장들이 한자리에 모여있는 자리에서 보고받았다”며 “(승마지원과 관련해)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최씨의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질문에는 “정확한 시점을 모르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았다”고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특검팀은 그러나 박 대통령과 재벌총수들의 독대 자리에 배석한 것으로 알려진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업무 수첩, 청와대가 당시 각 총수 면담을 위해 작성한 ‘말씀 자료’ 등을 토대로 2015년 7월과 2016년 2월 각각 진행된 박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독대에서 미르·K스포츠재단의 구체적 출연금 규모에 관한 상의가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또 두 재단 출연 외에도 최씨가 실소유주로 밝혀진 독일의 페이퍼컴퍼니 비덱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를 통한 최씨 일가 지원에 관한 내용도 이 자리에서 상당히 구체적으로 지원된 구체적인 정황을 다수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승마선수인 최씨 딸 정유라(21)씨를 지원하고자 2015년 8월 최씨의 독일 현지법인인 코레스포츠(비덱스포츠의 전신)와 220억원 규모의 컨설팅 계약을 맺고 35억원가량을 송금했다. 이와 별도로 비타나V 등 삼성전자 명의로 산 명마 대금도 43억원에 달한다.
최씨가 배후에 있는 미르·K스포츠재단에도 주요 대기업 가운데 최대인 204억원을 출연했다.
최씨와 그의 조카 장시호(38·구속기소)씨가 이권을 챙기려 기획 설립한 것으로 의심받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도 16억2천800만원을 후원했다.
안 전 수석의 수첩에는 2015년 7월 25일 청와대 인근 안가에서 진행된 이 부회장 독대 상황을 기록해 놓은 페이지 맨 위에 ‘승마’라는 단어가 적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는 또 당시 승마협회 부회장과 총무이사이던 이영국 삼성전자 상무와 권오택 부장의 이름 옆에 화살표를 해 ‘교체’라는 글자를 적어 놓았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이날 삼성그룹의 승마 지원이 지지부진하다면서 이 전 부회장을 질책했다는 안 전 수석의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이날 독대 직후 안 수석은 “김재열 사장.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 협조 요청”이라는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수첩에 적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검팀은 박 대통령이 미르재단 출연 등에 협조를 구한 이 날 최씨가 조카 장씨를 앞세워 설립한 영재재단을 도우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그 배경에 주목하고 있다.
특검팀은 또 삼성의 최순실 일가 지원이 이뤄지도록 삼성과 최씨 사이에 ‘메신저’ 역할을 한 박원오 전 승마협회 전무 등 핵심 관계자들로부터 삼성그룹 수뇌부가 최씨의 존재를 파악하고 지원 협의를 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과적으로 특검팀은 박 대통령 독대와 최씨 존재를 언제 알았느냐는 문제와 관련한 이 부회장의 진술이 상당 부분 사실과 다르다고 의심하고 있다.
특검 수사팀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 가운데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은 것으로 파악된다”며 “(관련 자료를 갖고)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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