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탈취 실패하면 ‘행패’…조폭·회계사 20명 기소
사채를 끌어다 멀쩡한 코스닥 업체를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하고 회사 자산을 팔아치워 거액의 이득을 챙긴 조직폭력배 등이 무더기로 재판에 넘겨졌다.서울중앙지검 강력부(이용일 부장검사)는 자본시장법 위반 등 혐의로 조직폭력배 정읍썬나이트파 이모(46)씨 등 5명을 구속기소 했다고 10일 밝혔다.
검찰은 조폭 경영진의 각종 비위행위를 눈감아준 전 회계법인 대표 박모(60)씨 등 회계사와 인수·합병에 관여한 사채 브로커, 시세조종 전문세력 등 15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12∼2013년 코스닥 상장 식료품 제조업체 A사 대표에게 사채자금 80억원을 빌려주고 주식 약 800만주를 넘겨받았다.
A사 경영권을 확보한 이씨는 주가조작으로 고가에 주식을 팔아넘기는 수법 등으로 22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씨는 빌려준 사채자금을 회수한다며 부동산 등 회사 자산을 매각해 17억원을 가로챈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도 받는다.
이 밖에도 이씨는 연말 회계감사를 앞두고 유상증자 허위공시와 자금 횡령이 탄로 날 것을 우려해 외부회계감사를 맡은 박씨를 고급 룸살롱으로 불러 200만원대 향응을 제공하기도 했다.
횡령으로 생긴 자금 손실을 메우는 게 어려워져 A사는 결국 2013년 3월 코스닥에서 상장 폐지됐다.
목포로얄박스파 김모(38·구속)씨도 기업사냥꾼 등과 공모해 저축은행 대출과 사채자금을 끌어모아 코스닥에 상장된 회사 두 곳을 인수한 뒤 거액의 회삿돈을 빼돌렸다가 적발됐다.
김씨는 가짜 사업계획서를 발표해 유상증자와 채권발행으로 수백억원대 자금을 끌어모은 뒤 이를 경영권 인수에 든 대출을 갚는 데 썼다.
이런 돌려막기 자금융통으로 두 회사는 ‘깡통회사’로 전락했고, 2011년 모두 상장 폐지됐다.
조폭 경영진은 기업 인수나 수익 실현이 뜻대로 되지 않으면 상대를 직접 찾아가 폭력도 행사했다.
이씨는 2012년 3월 주주총회에서 한 코스닥 상장사 경영권 탈취에 실패하자 후배들을 동원해 회사 사무실을 찾아가 야구방망이로 사무실 집기를 부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자본시장에 진출한 조폭들의 인적 네트워크 및 범죄에 대한 정보 수집을 강화하겠다”면서 “제3세대 조폭 및 유학세력의 경제범죄 등을 지속해서 모니터링해 엄정 대처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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