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경찰 아들 표창·딸에 뺑소니 전가

추락한 ‘노블레스 오블리주’…경찰 아들 표창·딸에 뺑소니 전가

입력 2017-01-10 16:05
수정 2017-01-10 16:05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인천 경찰 ‘도덕 불감증’…동료 경찰들 “낯부끄럽다”

퇴임을 앞둔 경찰서장이 다른 경찰서에 근무하는 순경 아들에게 표창을 주거나 음주 뺑소니 사고를 낸 뒤 딸을 앞세워 운전자 바꿔치기를 한 간부가 체포되는 등 경찰의 도덕 불감증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인천지방경찰청 등에 따르면 퇴임을 6개월가량 앞둔 A(60) 총경은 인천의 한 경찰서장으로 근무하던 지난해 12월 지역 내 다른 경찰서 소속인 아들 B(33) 순경에게 자신의 이름으로 표창했다.

지난해 9월부터 12월까지 신호위반 등 52건을 단속하고 체납차량의 번호판 40여 개를 영치해 교통 선진화에 기여했다는 명목이었다.

경찰서장 표창은 경찰서 계장급 7명으로 구성된 공적심사위원회에서 매달 성과를 상대평가해 공적이 높은 직원에게 수여한다. 인사고과 점수(2점)에 반영돼 진급에도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서장이 다른 경찰서 직원에게 표창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경찰서 간 공조나 지원업무에서 공적을 세웠을 때 줄 수 있다.

B 순경은 당시 아버지가 서장으로 근무한 경찰서와 공조 업무를 한 사실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A 서장은 B 순경이 “아버지로부터 표창을 받고 싶다”고 하자 “아들을 대상자에 포함하라”고 공적심사위원회에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경찰서 공적심사위원회에 표창 대상자를 재심사할 것을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B 순경과 같은 경찰서 소속 C(56) 경위는 최근 음주 운전 후 아파트 단지에 주차된 차량 3대를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사고 후 미조치 등)로 긴급체포됐다.

C 경위는 8일 오전 0시 37분께 자신이 사는 김포시 사우동의 한 아파트 단지 내 도로에서 술에 취해 SUV 차량을 몰다가 주차된 1t 트럭과 승용차 2대를 잇달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직후 딸을 내세워 운전자 바꿔치기를 시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C 경위는 주민 등 목격자들이 사고 장면을 지켜보다가 뒤쫓자 차량을 몰고 아파트 밖을 달아났다가 잠시 후 몰래 집에 들어갔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지구대 경찰관들이 피해 현황을 파악하는 사이 20대 중반으로 보이는 여성이 어머니와 함께 주차장에 나타나 사고 차량을 자신이 운전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20대 중반 여성은 수면 바지를 입은 채 막 잠에서 깬 모습이었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경찰관이 “위증을 하면 함께 처벌받는다”는 경고를 했지만, 이 여성은 ‘중년 남성이 운전했다’는 목격자들의 주장에도 끝까지 자신이 운전했다고 고집했다.

그러나 경찰이 이들과 함께 집에 가 확인한 결과 C 경위의 아내와 딸 B(26) 씨로 드러났다. C 경위는 음주측정을 거부하다가 자택에서 긴급체포됐다. 체포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정지 수준인 0.077%였다.

C 경위의 딸은 경찰 조사에서 “집에 들어온 아버지가 시켜서 주차장에 내려가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했다.

소속 경찰서는 C 경위를 대기발령 조치하고 관련 조사가 끝나면 감찰 조사 후 징계할 방침이다.

인천에서 근무하는 한 경찰관은 “도덕적으로 해서는 안 되는 일들을 일반인도 아닌 경찰관들이 했다”며 “요즘에는 낯부끄러워 어디 가서 경찰관이라고 얼굴도 내밀 수 없는 지경”이라고 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