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국대사관도 5·18 관련 기밀해제 문건 89건 공개해
미국 중앙정보국(CIA·Central Intelligence Agency)이 기밀 해제한 정보문건과 주한미국대사관이 보관해온 5·18 민주화운동 관련 기록물이 세상 밖으로 나왔다.집단발포 명령자, 실종자 행방, 군 헬기사격 등 여전히 미완으로 남은 5·18 진상 규명에 이 기록이 어떤 역할을 할지 관심이 집중된다.
미 CIA는 한국시각으로 19일 오전 1천200만 쪽 상당의 기밀해제 문서를 인터넷상에서 공개했다고 누리집 공지를 통해 알렸다.
CIA는 문서가 모두 93만 건에 달하며 CIA 초기역사와 냉전, 베트남전쟁, 독일 베를린 터널 프로젝트, 6·25 한국전쟁 및 U-2 정찰기 등의 주제를 다루고 있다고 밝혔다.
이 문서는 194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CIA가 수집한 정보와 외국자료 번역본, 사진 등 방대한 분야에 걸쳐있다.
5·18기념재단은 CIA가 전자독서실을 통해 공개한 문서를 내려받아 5·18 관련 내용을 찾고 있다.
재단은 문서목록에서 ‘kwangju(광주)’, ‘kwangju uprising(광주 봉기)’ 등 2가지 조합의 검색만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자료가 나와 분석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단은 전날 광주를 방문한 마크 리퍼트 주한미국대사로부터 미국 정부가 기밀 해제한 5·18 관련 문서 89건도 전달받았다.
문서는 1980년 5월 당시 미 대사관 측이 수집한 정보와 12·12 쿠데타를 주도한 신군부 세력이 미국 정부에 제공한 정보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5·18 관련 정보,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 재판 동향, 당시 정치동향 및 사회상황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1980년 5월 2일부터 같은 해 12월 23일까지 작성된 문서는 미 대사관이 본국에 보고하거나 자체 보관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5·18재단은 대사관이 전달한 문건 89건 가운데 88건은 기존에 확보한 기록물과 동일한 것으로 확인했다. 기존에 없던 자료 1건은 5·18과 직접 관련이 없는 내용으로 파악했다.
다만, 기존 자료 88건에 삭제된 부분이 많아 미 대사관으로부터 전달받은 자료 분석을 통해 공란을 메울 수 있는지 대조하고 있다.
5·18재단에는 1980년 전후로 미 대사관과 우리나라 정부가 주고받은 문서와 2004년부터 미국 국립문서관리기록청(NARA)에서 공개한 자료 등 5·18 기록물 2천401건이 보관돼 있다. 17개 분야로 분류된 기록물은 모두 1만262쪽 분량이다.
재단은 20일 한국을 떠나는 리퍼트 대사에게 미국에 돌아가서도 5·18 기록물 공개를 지속해달라고 요청했고, 리퍼트 대사는 이러한 요청을 받아들였다.
5월 단체는 CIA가 공개하고 리퍼트 대사가 제공한 기록물이 5·18 진상규명의 새로운 국면을 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김양래 5·18기념재단 상임이사는 “리퍼트 대사가 전달한 자료는 미국 정부가 공개한 최초의 5·18 기록물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며 “광주의 5·18이 새로운 진실과 마주할 수 있도록 미 정부에 자료공개 요구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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