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서유출엔 “일반 여성 시각 참고”, 인사개입 의혹엔 “崔 자기 의견 안밝혀” 세월호는 “전원구조 오보에 안심” 미르·K스포츠는 “나는 언론보고 알았다”
19일 헌법재판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에 출석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오후 2시부터 6시간 30분 넘게 진행된 증인 신문 동안 박 대통령의 탄핵소추 사유를 전방위로 방어하려 시도했다.그는 최씨에게 비밀문건을 건네준 자신의 죄는 막힘 없는 말투로 인정하면서도 박 대통령의 탄핵과 연관될 수 있는 부분은 교묘하게 피해가거나 적극적으로 변론하는 등 ‘호위무사’ 역할에 충실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 연설문을 최씨에게 넘긴 데 대해 “중학교 2학년 수준으로 맞추기 위해 일반 여성의 시각을 참고한 것”이라며 “최씨는 국정 전반에 대한 말씀 자료를 수정할 능력이 없다”고 진술했다.
연설문이 넘어간 것은 인정하되, 최씨의 능력을 깎아내리면서 박 대통령이 최씨에게 연설문 수정을 의존했다는 의혹을 부정한 것이다. 그는 ‘인사농단’ 의혹에도 “최씨는 자신의 의견을 밝힌 적이 별로 없다”며 최씨의 입김은 없었다고 했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구조 지시를 뒤늦게 내린 이유와 관련해서도 “점심에 ’전원구조‘ 오보 보고 안심했다. 오전 10시 반 이전에 사실을 알았다면 관저로 뛰쳐 올라갔을 것”이라며 구조 지연을 언론 탓으로 돌렸다.
박 대통령의 지시로 최씨 딸 정유라씨의 초등학교 동창 부모가 운영하는 KD코퍼레이션을 지원한 의혹도 “평소 중소기업 지원에 열정이 있으시다”고 포장했다. 세계일보 외압 의혹엔 “정윤회 문건은 팩트가 0%다. 완전히 사실과 부합하지 않는 보도라 모두가 웃었다”며 보도 자체를 깎아내렸다.
특히 정 전 비서관은 “언론을 보면 박 대통령이 맨날 관저에서 쉬거나 미용시술 받고 해외순방 다니는 것만 좋아하는 것으로 너무 매도되고 희화화돼 가슴이 아프다”며 박 대통령 측의 ’가려운 부분‘을 대신 긁어주기도 했다.
다만, 그가 최씨에게 “그냥 미리 알고 있으라는 취지”로 정부 인사자료를 넘겼다는 설명한 대목은 헌법재판관들의 강한 의구심을 불러일으켰다.
안창호 재판관은 “인사자료를 단순히 참조하라고 하루 이틀 먼저 보내준 것은 도저히 이해가 안 간다”며 “그걸 왜 보내준 것이냐. 최순실이 정윤회를 대체한 것이냐”라고 따져 물었다.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을 전혀 몰랐다는 진술에도 강일원 재판관은 “공교롭게도 그 부분은 증인이 전혀 모르신다. 말씀하신 대로 좋은 취지의 재단이었다면 비밀로 할 이유가 없을 텐데 (이상하다)”고 꼬집었다.
정 전 비서관은 최씨를 통해 김상률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비서관 등 이른바 ’차은택 사단‘이 공직에 오른 데 대해서도 “알지 못했다”고 했다가 이후 최씨가 자신에게 이력서를 보냈다고 진술했다는 지적을 받고선 “인편으로 온 이력서라 보지 못했던 것 같다”고 번복하기도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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