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동네사람’ 박 대통령에 안타까움 드러내기도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선고일인 10일 오전 박 대통령 사저 주변에는 적막감 속에 긴장감이 감돌았다.선고를 3시간여 앞둔 이날 오전 8시께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박 대통령 사저 주변은 몰려든 취재진 수십명 들로만 북적일 뿐 고요했다.
사저 근처를 지나던 주민들은 잠시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을 꺼내 사저와 취재진이 몰린 광경을 촬영하기도 했다.
사저 바로 옆 아파트 주민들은 운동복 차림으로 나와 신기한 듯 사저 주변에 한참 서서 구경을 하다가 집으로 돌아가기도 했다.
주민들은 ‘동네 사람’ 박 대통령이 탄핵 위기에 몰린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동네에 15년 살았다는 주민 고모(58·여)씨는 출근길에 “대통령이 됐다고 했을 때 동네 주민이라 반갑고 기뻐 나와서 구경까지 했다”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는 하지만 탄핵선고에 큰 관심은 없다”고 말했다.
사저 앞에서 10여년간 가게를 운영해온 김모(53)씨도 “동네 주민이라 그런지 조금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잘못은 했지만 탄핵사건이 기각되고 박 대통령이 4월에 자진사퇴하는 것이 아름다운 그림일 것 같다”고 했다.
사저 옆 아파트 주민 강모(50·여)씨는 “주민이라고 해서 탄핵에 별다른 관심이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하면서도, “기자들이 많은 것이 신기하다”며 연신 휴대폰 카메라로 취재진과 차량을 촬영했다.
등교 시간이 되자 사저 담 옆으로 나 있는 삼릉초교 후문으로 책가방을 멘 초등학생들이 부모 손을 잡고 등교했다.
평소 등굣길 교통 지도는 녹색어머니회 회원 5명이 나와 하는데, 이날은 인근 도로에 취재 차량 통행이 늘어난 까닭에 학부모 10명이 나와 교통지도를 했다.
취재진이 몰린 탓에 방송 화면을 송출할 회선이 부족해 KT 측이 사저 앞 전봇대에서 회선 증설 작업을 벌이기도 했다.
경찰은 이날 사저 앞 초소에 평소와 같이 경찰 3명을 배치한 것 이외에 사저 주변에 5개 중대(약 350명)를 투입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중이다.
사저가 주택가 한가운데 있는 만큼 주민들에게 불편을 끼치지 않기 위해 현재로서는 삼엄한 경비를 하지는 않는다는 방침이다.
경찰은 일단 우발 상황에 대처하는 방식으로 경비하면서, 헌재의 최종 선고 결과에 따라 경비대책을 다시 세울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사저가 주택가에 있어 지금부터 삼엄한 경비를 하기는 어렵지 않나 생각한다”며 “주민들이 눈살을 찌푸리는 상황은 피해 가면서 유연하게 경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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