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판 220개·점포 20여 개 잿더미…터전 잃은 상인들 ‘한숨만’
“가게에 불길은 치솟고 들어갈 수는 없고…가슴만 치는 거지”18일 오전 인천시 남동구 소래포구 어시장 상인들은 잿더미로 변해버린 좌판을 보며 얼굴이 일그러졌다. 몇몇 상인은 뒤에서 조용히 눈물만 흘렸다.
철제 구조물만 남은 어시장에는 새까맣게 타버린 집기와 수산물들이 뒤엉켜 있었다.
매캐한 냄새가 코를 찔렀지만, 상인들은 현장을 떠나지 못한 채 그나마 타나 남은 집기나 수산물을 건지느라 정신이 없다.
어시장서 좌판 횟집을 운영한 김은수(65)씨는 “몇 년 장사했다고 할 것도 없이 그냥 여기가 터전”이라고 했다. 다른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수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모양이나마 남은 수조는 가장자리에 있던 좌판 너덧 곳이 전부다.
노란 고무장갑을 끼고 나선 상인들은 그나마 온전한 수조에 양은냄비를 넣어 조개와 주꾸미를 건져냈다.
가게를 잃은 상인들은 이웃 상인을 붙잡고 “뭐라도 건졌어? 여긴 다 타 버렸어”라며 울먹였다.
한 상인은 “이게 얼마나 비싼 건데…이거라도 건져야지”라며 산소 공급기를 가위로 잘랐다.
상당수 상인은 불이 났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새벽잠을 미루고 서둘러 어시장을 찾았다. 근처 집에서 잠을 청하다가 요란한 소방 사이렌 소리에 깜짝 놀라 뛰쳐나온 이도 있었다.
그러나 소방당국과 경찰의 통제로 어시장 안에 들어가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굴렀다.
상인 남모(57·여)씨는 아침 일찍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왔지만 시커먼 연기 앞에 가슴만 쓸어내려야 했다.
그는 “얼마나 탔는지도 알 수가 없으니 어떡하냐”라며 “이렇게 큰 불일 거라고 생각도 못 했는데 모든 게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고 가슴을 쳤다.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해 눈에 핏발이 선 상인들은 공중화장실 옆 벤치에서 가족들과 통화를 하며 한숨만 뱉어냈다.
붉은 다라이(대야)만 남은 좌판을 바라보던 한 상인은 “다 타버렸어”라며 끝내 터져 나오는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인근 점포 상인들도 낙심을 감추지 못했다.
30년 넘게 횟집을 운영했다는 상인 안모(62)씨는 “휴일이라고 불에 탄 점포도 우리도 다들 어제저녁 횟감이며 활어를 잔뜩 들여놓았는데 이걸 어떡해야 하느냐”고 탄식했다.
횟집 상인 전유길(41)씨도 “연기가 기둥처럼 솟아오르는데 이전에도 불이 난 적이 있지만, 이번처럼 큰 피해는 처음”이라며 “곧 성어기인데 타 버린 점포 말고도 소래포구 어시장 자체 피해가 엄청날 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앞서 이날 오전 1시 36분께 인천시 남동구 논현동 소래포구 어시장(재래시장)에서 불이 나 2시간 30분 만에 진화됐다.
새벽 시간대에 불이 나 상인 등의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소래포구 어시장 내 좌판 220여 개와 좌판 인근 횟집 등 점포 20여 곳이 불에 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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