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잃은 구명조끼만’…비 내린 세월호 수색현장 ‘착잡’

‘주인 잃은 구명조끼만’…비 내린 세월호 수색현장 ‘착잡’

입력 2017-05-12 15:57
수정 2017-05-12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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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가 유해발견 소식은 들리지 않아 미수습자 가족 ‘초조’

수색현장 밖으로 나서는 세월호 미수습자 가족들의 발길이 뜸해졌다.

한 달여간 세월호 선체 수색 기간 진전이 없자 답답한 마음에 출입통제구역 밖으로 나와 심란한 마음을 씻고 수색현장이 한눈에 보이는 내부로 들어가곤 했던 가족들이다.

그러나 지난 10일부터 이틀 연속 ‘사람 뼈’로 추정되는 유해 3점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언제 또 유해발견 소식이 들릴까 봐 현장을 떠나지 못한다.

전날 딸 아이의 손가방이 발견돼 그 안에 들어있던 한 주먹 볼펜을 보고 사람의 의지로 억누를 수 없는 북받침에 주저앉은 조은화의 어머니 이금희씨는 “딸은 안 나오고 가방만 나왔다”고 한탄했다.

은화는 수학여행 가는 걸 탐탁지 않아 했다.

전교 1등을 도맡아 하던 은화는 중간고사를 앞두고 떠나는 수학여행을 “공부해야 하는데…”라며 마지못해 떠났다가 3년여 동안 엄마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우리 딸은 수학여행 가면서도 공부하려 책을 챙겨갔을 거예요”라며 딸아이의 사진을 타고 내리는 빗물을 멍한 눈빛으로 바라봤다.

그러고는 언제나 소식이 들릴까 휴대전화만 수십 번 들었다 놨다.

세월호 인양을 완료한 지 한 달여가 지나면서, 목포 신항을 찾는 추모객들 수도 눈에 띄게 줄었다.

이미 진도 팽목항에서 인양이 지연되며 2년여 동안 쓸쓸하고 외로운 싸움 한 번 경험한 미수습자 가족들은 “잊히는 게 가슴 아프지만 어찌 보면 당연한 일 아니겠냐”고 말했다.

이금희 씨는 “추모객들이 목포 신항에 와서 국화꽃 하나 놓고, 노란 리본 하나 맨다고 달라지는 것 없다”며 “세월호 참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발생하지 않으려면 국민의 생명을 지키는 원칙과 상식이 통하는 사회가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출발점이 지금 배 안에 있을 9명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찾아내는 것이다”고 강조했다.

수색현장에서는 비가 흩날리는 날씨에도 9명의 생명을 찾아내려는 작업자들의 땀이 빗물과 함께 흘러내리고 있다.

최근 유해가 잇따라 발견된 선미 쪽에서는 구멍 낸 선체 곳곳에 끼어있는 지장물 속에서 미수습자 흔적을 맨손으로 끄집어내던 작업자들은 휴식시간이면 그 자리에 주저앉아 거친 숨을 내쉬었다.

이날은 기다리던 추가 유해발견 소식은 들리지 않고, 주인 잃은 구명조끼만 유류품 상자에 담겼다.

미수습자 가족들은 “가족이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유류품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며 “부디 우리도 수색작업자들도 지치지 말고 끝까지 버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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