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뇌부 잇단 사의’ 검찰 동요·충격…줄사표로 이어지나

‘수뇌부 잇단 사의’ 검찰 동요·충격…줄사표로 이어지나

입력 2017-05-19 20:50
수정 2017-05-19 2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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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개혁작업 속 ‘세대교체’ 길터주기 위한 ‘용퇴’ 시각

청와대발로 몰아치는 강력한 검찰 개혁 드라이브 속에 검찰 수뇌부 인사들이 잇따라 사의를 표명하며 조직 내부에 큰 충격과 함께 미묘한 긴장감이 흐르고 있다.

새 정부의 개혁작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도록 한발 비켜서 후배들의 앞길을 열어주려는 차원 아니겠냐는 해석과 함께 청와대의 일방적 개혁시도에 대한 반발 심리가 표출된 것이라는 시각도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주현(56·사법연수원 18기) 대검찰청 차장검사가 이날 오후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원활한 검찰 운영을 위해 직을 내려놓을 때라고 생각했다”며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달 15일 김수남(58·16기) 검찰총장이 퇴임한 뒤 총장 대행으로 조직을 추슬러 왔다.

이에 앞서 이날 오전에는 이창재(52·19기) 법무부 장관 대행(차관)이 “최근의 상황과 관련해 국민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회복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먼저 내려놓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사의를 밝혔다.

법무·검찰 조직의 두 축인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이 공석인 가운데 김 차장과 이 차관까지 나란히 사의를 표명하면서 업무 공백을 메우던 대행 체제마저 흔들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이른바 ‘돈 봉투 만찬’ 사건의 책임을 지고 전날 사표를 던진 이영렬(59·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법무부 검찰국장까지 포함하면 불과 이틀 만에 검찰 내 최고위직 4명이 한꺼번에 옷을 벗겠다고 나선 셈이다.

재경 지검의 한 검사는 “하루하루 벌어지는 사태의 충격이 워낙 커 정신을 차릴 수 없다. 할 말을 잃게 하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김 차장과 이 차관의 사의 표명에 대해 검찰 안팎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통과의례’처럼 여겨져 온 고위인사의 ‘용퇴’로 보는 시각이 있다.

새 정부 국정 기조에 맞는 인적 쇄신의 길을 터주고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도록 측면지원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지방 소재 한 검찰청의 간부 검사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자의든, 타의든 고위 간부의 ‘용퇴’는 항상 있어왔다”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한편에서는 청와대의 검찰 개혁 노선에 대한 조직 내 반발 심리가 표출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윤석열(57·23기) 대전고검 검사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는 전례 없는 파격 인사를 발표했다. 전임인 이영렬 지검장보다 다섯 기수나 아래인 전례가 드문 ‘기수 파괴’ 인사라는 말이 나왔다.

동시에 이 지검장과 안태근 검찰국장은 각각 부산고검·대구고검 차장으로 좌천시켰다. 두 사람은 사표 수리 없이 법무부·대검 합동감찰반의 감찰 조사를 받는 처지에 놓였다.

법조계에선 강도 높은 검찰 개혁 추진을 위한 대대적인 ‘물갈이 인사’ 또는 ‘인적 청산’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관측이 쏟아졌다.

이런 맥락에서 청와대가 서열·기수에 토대를 둔 검찰 인사 관행을 무시하고 조직의 근간을 흔드는 데 반발해 사표를 냈을 수 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검찰 수뇌부의 잇따른 사의 표명이 조직에 어떤 파문을 몰고 올지는 시간을 두고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직 내 동요가 이어질 경우 17∼22기 사이 검사장·고검장급 인사들이 ‘줄사표’를 던질 가능성도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현재까지는 주목할 만한 움직임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이번 주말을 넘긴 뒤 다음 주가 조직적 의사 분출의 방향성을 가늠할 분수령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대검은 김 차장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입장문 그대로 원활한 검찰 운영을 위해 사의를 표명한 것”이라며 “다른 의미는 부여하지 않기를 간곡히 바란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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