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부여받은 휴가에 대한 수당 청구 가능”…“수당 제한 단협 체결 불가”
업무상 재해로 1년 내내 출근하지 않았더라도 연차휴가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업무상 재해를 입어 결근한 경우 출근한 것으로 간주하는 근로기준법에 따라 1년 내내 일하러 나오지 못했더라도 다음 해에 연차휴가를 사용할 권리가 발생한다는 이유에서다.
근로기준법은 1년 동안 80% 이상을 출근한 노동자에게 다음 해에 일정 기간 연차휴가를 주도록 하고,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못한 경우 그에 상응하는 수당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한다.
대법원 3부(주심 박병대 대법관)는 28일 항공기 제조업체 A사 직원 노모(47)씨가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로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에 돌려보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근로자가 업무상 재해 등의 사정으로 말미암아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못한 경우에도 이미 부여받은 연차휴가를 사용하지 않은 데 따른 연차휴가수당은 청구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이어 “연차휴가를 사용할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않은 경우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기로 정한 단체협약은 효력이 없다”며 “이를 유효하다고 판단해 원고의 주장을 배척한 원심은 위법하다”고 지적했다.
노씨는 2000년 12월 업무상 스트레스로 인한 불안장애 진단을 받고 2012년 7월까지 출근하지 않고 장기요양을 했다. 이 기간 그는 매달 휴업급여로 평균임금의 70%를 근로복지공단에서 받고, 통상임금의 30%를 회사에서 받았다.
하지만 노씨는 정상적으로 출근했으면 받았을 연차휴가수당과 상여금, 귀성비, 성과급 등을 받지 못했다며 합계 1억4천여만원을 추가로 달라고 회사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이에 회사는 “단체협약으로 해당연도에 전혀 출근하지 않은 경우 연차휴가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상여금이나 귀성비 등을 휴업급여에 포함하지 않기로 했다”며 맞섰다.
1, 2심은 “노사 합의는 유효하다”며 회사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대법원은 “연차휴가수당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단체협약을 체결할 수 없다”며 연차휴가수당 청구에 한해 항소심 판단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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