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각 장마 뒤늦게 ‘심술’…북상 막던 빗장 풀리자 곳곳 ‘물폭탄’

지각 장마 뒤늦게 ‘심술’…북상 막던 빗장 풀리자 곳곳 ‘물폭탄’

입력 2017-07-09 11:07
수정 2017-07-0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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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쪽 고온건조 고기압에 밀려 제주 남쪽 머물던 장마전선 ‘뒷심’

평년보다 늦게 시작됐으면서도 한꺼번에 엄청난 양의 비를 쏟아붓는 이번 장마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장마전선이 한반도를 타고 오르지 못하게 찍어누르던 힘이 사라져 장마가 뒤늦게 힘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9일 기상청에 따르면 장마전선의 영향으로 이날 새벽부터 서울·경기·강원 영서·충청도에서 80∼150㎜, 경상·강원 영동·제주도·울릉도는 20∼60mm의 비가 올 것으로 예상한다.

특히 서울과 경기도에서는 시간당 최고 200mm의 많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다.

기상청은 이번 장맛비가 지역을 옮겨 다니며 한꺼번에 쏟아지는 게릴라성 호우가 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내다봤다.

이번 장마는 한 박자 늦게 힘을 쓰기 시작했다.

제주도는 6월 24일에 처음 장맛비가 내려 평년보다 4∼5일 늦게 장마가 시작됐다. 남부지방은 29일, 중부지방은 7월 1일에 처음 비가 내려 평년보다 6∼7일 늦었다.

장마는 북태평양 고기압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제때 올라왔어야 할 북태평양 고기압이 위로부터의 힘에 의해 제주 남쪽 먼바다에 한동안 정체돼 있던 탓이다.

기상청 관계자는 “장마가 늦어진다고 할 때만 해도 북태평양 고기압이 약한 거 아닌가 하는 말도 나왔지만, 최근 호우를 보면 알 수 있듯 실제 힘은 약하지 않았다”며 “다만 장마전선 북쪽에서 내리누르는 힘이 강했던 것뿐”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장마가 찾아와야 할 6월 하순에 몽골 쪽 지면이 이례적으로 엄청나게 가열됐다”며 “이 가열된 곳에 마치 풍선이 부풀 듯 커다란 고기압이 발생하며 우리나라 방향으로 세력을 떨쳤다”고 덧붙였다.

몽골에서 발생한 고온건조한 고기압이 시계방향으로 회전하면서 북쪽에서 남쪽으로 힘을 가해 북태평양 고기압을 제자리걸음 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몽골 쪽에서 시작한 고기압이 동쪽으로 빠져나가면서 장마가 제 모습을 찾기 시작했다”며 “동쪽으로 간 고기압은 일본 규슈 지역에 자리 잡고 있던 장마전선과 부딪히며 엄청난 비를 뿌렸다”고 말했다.

지난 5일 일본 규슈 후쿠오카 현의 아사쿠라(朝倉)시에는 오후 8시40분까지 24시간 동안 513㎜의 기록적인 물 폭탄이 쏟아졌다. 시 전체에 2만1천세대, 5만4천명에 대해 피난 지시가 내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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