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안의 폭탄 될라…정부청사서 쫓겨난 ‘휴대용 선풍기’

손안의 폭탄 될라…정부청사서 쫓겨난 ‘휴대용 선풍기’

박재홍 기자
박재홍 기자
입력 2017-07-28 22:34
수정 2017-07-29 10: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무더위에 판매량 1년 만에 4배 급증…안전인증 받지 않은 제품 무분별 유통

폭발 사고로 초등학생들 부상 사례도…정부청사 측 “화재 예방 위해 반입 금지”
28일 서울 강남의 한 상점 매대에 진열된 휴대용 선풍기를 시민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28일 서울 강남의 한 상점 매대에 진열된 휴대용 선풍기를 시민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날씨가 점점 무더워지면서 한 손에 ‘휴대용 선풍기’를 든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28일 인터넷 쇼핑 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휴대용 선풍기의 누적 판매량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4배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일부 선풍기에서 폭발 사고가 잇따르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기기를 손에 휴대하며 얼굴 가까이 가져간다는 점 때문에 사용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폭염 속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시민이 많지만 폭발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입구에 ‘휴대용 선풍기 반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판.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폭염 속에 휴대용 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시민이 많지만 폭발 위험성이 제기되면서 이를 반입하지 못하게 하는 곳도 등장했다. 사진은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입구에 ‘휴대용 선풍기 반입 금지’라고 적힌 안내판.
박지환 기자 popocar@seoul.co.kr
지난 5월 10일 경기 파주시의 한 초등학교 교실에서 휴대용 선풍기가 폭발하면서 학생 2명이 1도 화상을 입고 11명이 연기를 마셔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다. 중국산 휴대용 선풍기의 배터리가 과열로 폭발한 것으로 밝혀졌다. 직장인 이모(28)씨가 최근 9000원을 주고 산 휴대용 선풍기는 하루 만에 모터가 오작동을 일으켰다. 배터리에는 어떠한 인증마크도 없었고 제원도 적혀 있지 않았다. ‘Made in China’(중국산)가 전부였다.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에 따르면 휴대용 선풍기 안에 들어가는 리튬이온 배터리와 과충전·과출력을 방지하는 보호회로는 국표원으로부터 반드시 안전인증을 받아야 한다. 그러나 현재 시중에는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휴대용 선풍기가 다량 유통되고 있다. 국표원은 폭발 사고 이후 10개 제품을 무작위로 구입해 무인증 배터리를 사용한 3개 제품에 대해 지난 5월 29일 판매 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정부서울청사는 지난 6월 13일부터 아예 휴대용 선풍기의 청사 반입을 금지하고 있다. 청사 관계자는 “휴대용 선풍기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아 화재 예방 차원에서 내린 조치”라고 설명했다.

국표원은 휴대용 선풍기의 유통량이 급증한 만큼 기기에 대한 안전인증 조사를 확대하고 있다. 국표원 관계자는 “한국제품안전협회와 함께 시중에 유통 중인 휴대용 선풍기에 대해 인터넷 쇼핑몰에서 거래량이 높은 제품 등을 중심으로 안전성 조사를 진행 중”이라면서 “이르면 다음달 초 1차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며, 문제가 있는 제품에 대해 행정조치를 내릴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정남 한국소비자원 책임연구원은 “휴대용 선풍기 구입 시 KC마크 등 인증 여부를 꼼꼼하게 확인해야 폭발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당부했다.

박재홍 기자 maeno@seoul.co.kr

2017-07-29 9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