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대 ‘장바구니제도’→대기순번제…경희대 돌고돌아 선착순제
“몇 분 몇 초에 들어가야 수강신청 성공할 수 있나요?”, “학교 도서관 컴퓨터로 하면 접속 잘되나요?”대학교 수강신청 기간인 매년 2월과 8월이면 대학 커뮤니티 사이트에는 어김 없이 이런 글이 올라온다. ‘분클’(분노의 클릭), ‘광클’(미친 클릭)이라는 표현이 난무하는 수강신청 ‘클릭 전쟁’이 시작되는 때다.
6일 대학가에 따르면 매 학기 ‘수강신청 대란’이 반복되자 각 대학은 수강신청 시스템을 손보며 저마다 대안 마련에 몰두하고 있다.
한국외대는 이번 학기부터 수강신청에 ‘대기순번제’를 도입한다. 대기순번제는 동시 접속자가 폭주해 서버 가용 용량을 초과한 요청이 들어오면 이후부터 대기 순번을 부여하는 시스템이다.
한국외대 관계자는 “대기순번제는 KTX 예매 때도 활용되는 공정한 시스템”이라며 “서버에 들어가지 못하면 홈페이지 ‘새로 고침’만 하염없이 눌러야 했던 학생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 학교는 앞서 강의수요 예측과 학생 편의를 위해 지난해 1학기부터 수강신청 전 자신이 원하는 강의를 미리 ‘장바구니’에 넣고, 실제 수강신청 때는 ‘신청’ 버튼만 누르면 되는 시스템을 도입하기도 했다.
경희대는 외대와 반대로 올해 1학기 수강신청 때부터 도입됐던 대기순번제를 한 학기 만에 폐지하고 이전 ‘선착순제’로 회귀했다.
대기 순번을 받을 경우 수강 여부가 불확실한 대기 상태에서 신청학점만 먼저 잡힌 채 다른 강의는 신청하지 못하는 부작용이 있다며 폐지 요구가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수강신청 정정기간 야간과 새벽에는 정정을 못 하도록 시스템을 개선해 학생들이 원하는 강의가 나올 때까지 밤새 기다리는 불편함도 줄였다.
여기에는 자신이 신청한 강의를 다른 학생에게 파는 ‘강의 매매’가 서버 접속자 수가 적은 야간이나 새벽에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이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의도도 있다.
경희대 관계자는 “이번 학기만 일단 예전의 선착순 방식으로 진행하고, 학생들과 논의해 다음 학기 수강신청 방식을 결정할 것”이라며 “학생 설문조사 등을 통해 합리적인 방식을 찾겠다”고 말했다.
한양대는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재학생을 대상으로 2학기 사전 모의수강 신청을 실시했다. 학교 측은 사전 테스트를 통해 과부하가 걸리지 않는지, 오류는 없는지 점검해 당일 수강신청 페이지 트래픽 증가에 대비했다.
이처럼 대학이 저마다 나름의 대안을 내놓고 있지만, 결국 선착순 구조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의 한 사립대학 관계자는 “서버를 늘리기보다 강의를 증설하거나 수강 인원을 늘리는 것이 근본 해결책”이라면서도 “대형 강의를 늘려도 학생들이 느끼는 강의 질이 떨어질 수 있고 시설 확충 등에 따른 재정 부담이 커진다는 부작용도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