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2천만∼6천만원 떨어져…투기수요 꺾일 듯
정부의 8·2 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세종시에서 아파트 급매믈이 쏟아지고 있다.정부 대책이 벌써 효과를 거둔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6일 인터넷 포털사이트 부동산 코너에 올라온 세종시 아파트 매물을 보면 입주를 앞둔 분양권을 중심으로 가격을 낮춘 매물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오는 10월 입주하는 소담동(3-3생활권) 전용면적 59㎡ A 아파트(3층)의 경우 2주 전 프리미엄(웃돈)이 1억3천만원(저층 기준)까지 올랐지만, 현재 7천만원까지 떨어진 매물이 나왔다.
내년 3월 입주 예정인 다정동(2-1생활권)에서는 전용면적 84㎡ B아파트 분양권(20층)이 4억원에 나왔다.
이 아파트 웃돈은 1억5천만원까지 올랐지만, 이날 기준 9천700만원으로 5천만원 넘게 떨어졌다.
다정동 전용면적 75㎡ C아파트(21층) 웃돈이 1억2천만원에서 9천만원으로 하락했으며, 대평동(3-1생활권) 전용면적 79㎡ D아파트(6층)도 1억2천만원에서 1억원으로 떨어졌다.
오는 10월 입주하는 보람동 전용면적 59㎡ E아파트 분양권(25층)도 웃돈이 1억1천만원으로 하루 만에 3천만원 떨어졌다.
기존에 지어진 단지의 경우 아직 관망세가 우세한 반면 분양권의 경우 가격이 내려간 매물이 많이 눈에 띄었다.
분양권 전매 시 내년부터 보유 기간과 상관없이 50%로 상향된 양도소득세가 적용되는 만큼 세 부담 강화 전에 정리하려는 물건이 나오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종시는 월세 수요가 적은 데다 아파트 평균 전세가율이 51%(KB국민은행 집계, 7월 기준)로 전국 평균(75.3%)보다 크게 낮아 다주택자로서는 보유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게다가 다주택자에 대한 국세청의 세무조사, 보유세 인상 카드 등이 남아있는 만큼 이런 경향은 앞으로 더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
공인중개사 양모씨는 “당장 오는 10월 입주를 앞둔 아파트의 경우 분양받은 시내 다른 아파트를 팔거나 다른 지역에 있는 주택을 매매하려고 헐값에 내놓는 경우가 있다”며 “기존 단지보다는 분양권을 중심으로 매물이 많이 나온다”고 전했다.
공인중개사 박모씨도 “그동안 개발 호재에 대한 기대감으로 실종됐던 매물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아파트 분양권 상태인 다정동을 중심으로 매도세가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세종시에는 그동안 분양권 전매를 통해 시세 차익을 노리려는 ‘단타족’들이 몰리면서 웃돈이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금강 이남 지역 아파트를 중심으로 3억원 넘게 웃돈이 올랐으며, 전용면적 59㎡ 소형 평형 아파트도 웃돈이 1억5천만원까지 형성되는 등 단기간 가격이 급등했다.
지난 6·19 대책에 의해 청약조정 대상지역인 세종시에 대한 대출 규제 조치가 강화됐지만 이마저도 5억원이 넘는 주택을 매입하는 경우에만 적용돼 대부분의 공동주택 가격이 5억원 이하인 세종시에는 별다른 영향이 없었다.
이번에는 세종시가 ‘부동산 규제 종합선물세트’라 불릴 만큼 강도 높은 규제인 투기과열지구와 투기지역으로 동시에 지정되면서 제대로 약발이 먹힌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정부부처 추가 이전과 국회 분원 이전 등 개발 호재를 앞둔 만큼 집값이 크게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부동산 거품이 빠지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서성권 부동산 114 연구원은 “최근 자금력을 갖춘 부동산 투자자들이 세종시로 많이 유입되는 상황이 포착됐다”며 “이번 대책이 주택 여러 채를 확보하고 분양권 장사를 해왔던 투기 세력에는 치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서 연구원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양도소득세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매물이 쏟아질 것”이라면서 “이번 조치는 외부 투기 세력의 유입을 줄이고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발휘해 실수요자들에게는 득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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