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임금→인간다운 삶 유지 개념, 최저생계 개념 최저임금의 120% 안팎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전국 60여 개 지방자치단체의 비정규직 근로자 지갑이 다소 두툼해질 것으로 전망된다.정부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6천470원)보다 16.4% 인상한 7천530원으로 결정한 덕분이다.
이에 따라 최저임금 등을 고려한 이들 지자체의 내년 생활임금 시급은 1만원대를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생활임금은 지자체마다 약간씩 다르지만 보통 정부 최저임금의 120% 안팎이다.
생활임금은 근로자의 주거비와 교육비·문화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임금수준을 의미한다. 최저생계비를 기준으로 책정되는 최저임금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 현재 63개 지자체, 최저임금 120% 안팎 생활임금제 도입
생활임금은 2013년 1월 서울시 성북구를 시작으로 현재 전국 243개 광역·기초단체 중 63곳(기초단체 52곳·광역단체 11곳)에서 시행 중이다. 또 40여 곳이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 지자체의 올해 생활임금은 시간당 평균 7천725원으로 최저임금(6천740원)보다 1천원가량 높다.
제주도는 지난달 11일 최저임금(6천470원)의 130% 수준인 8천420원으로 전국 최고 수준의 생활임금을 결정했다.
도와 산하기관 소속 근로자 880명이 대상이다.
특히 제주도개발공사는 지난달 제주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생활임금 적용 조건으로 청년인턴 15명을 고용했다.
이들은 8천420원의 시급(월 175만원)을 받고 7∼8월 2개월간 일하고 있다.
2015년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광주시도 최저임금의 130%를 적용하고 있다.
공공영역인 시 본청과 5개 자치구와 산하기관의 근로자 520명이 시간당 8천410원을 받고 있다.
서울시도 ‘3인 가구 지출모델’을 토대로 올해 생활임금을 8천197원, 경기도는 7천910원, 충남은 7천764원으로 각각 정했다.
◇ 2019년 1만원 이상 인상계획 앞당겨질 듯…여전히 못 미치는 곳도
최저임금의 130% 수준으로 생활임금을 책정, 운영해온 지자체가 내년에도 최저임금의 130%를 적용하면 시급은 1만1천원 안팎으로 오르게 된다.
올해 생활임금제를 도입한 전북도청과 10여 개 산하기관에서 일하는 800여 명의 근로자는 내년 시급으로 9천원 이상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처럼 최저임금의 120%를 적용하면 최저임금보다 시간당 1천510원을 더 받게 된다.
월급으로 환산하면 188만9천여원(월 209시간 기준)으로 최저임금(157만원3천원)보다 31만6천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여기에 12만원가량의 교통비와 급식비가 더해진다.
애초 생활임금 도입 지자체는 2019년까지 생활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인상할 방침이었다.
하지만 내년 최저임금이 껑충 뛰는 바람에 고민에 빠졌다. 지자체들이 그 시기를 1년 앞당길지 주목된다.
◇ 9월께 지자체별 생활임금 결정…소득 불평등 해소 기대↑
나아가 생활임금제 도입 지자체는 생활임금제를 지자체가 발주한 계약의 도급, 하수급인이 고용한 근로자 등 민간 분야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이런 방침에 동조해 수원시에서는 생활임금제를 적용하는 첫 민간업체가 나타나기도 했다. 수원시는 생활임금제의 민간 확산을 위해 홈페이지 등을 통해 ‘착한 중소기업’을 모집한 뒤 ‘일자리 착한 가게 플러스’ 인증판을 부착해주고 감사패도 전달할 예정이다.
생활임금제의 확산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목표로 한다.
근로자의 소득이 상승하면 소비가 증가하고 이를 통해 생산과 일자리를 늘리게 되는 효과를 가져오는 ‘선순환 고리’가 강화되기 때문이다.
경기연구원의 ‘생활임금 목표제의 경제효과와 민간 확산 방안 보고서’는 이를 뒷받침한다.
보고서는 올해 경기도와 25개 시·군에 총 210억원의 생활임금 예산을 추가한다면, 생산유발 효과 610억원을 비롯해 부가가치유발 효과 247억원에다 242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또 2019년 경기도 내 생활임금 시급이 1만원으로 인상되고 민간부문까지 확산하면 생산유발 효과는 46조원, 고용유발 효과는 18만여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생활임금제가 최저임금을 견인하고 저임금 근로자들의 고용안정에 이바지하는 긍정적 효과가 크지만, 예산 확보 등 넘어야 할 산도 많다.
위탁 용역비 등 비용 증가가 불가피한 지자체들은 재원마련을 위해 지방세 인상 등 증세를 피할 수 없어 자칫 시민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
또 지자체 간의 과열경쟁을 유발해 지역 간 상대적 불평등이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지자체들은 정부가 정한 최저임금, 물가수준, 근로자의 생계비, 다른 근로자의 임금 등을 종합해 9월을 전후에 내년 생활임금을 결정할 예정이다.
생활임금 조례를 제정한 양성빈 전북도의원은 “생활임금 도입은 저임금 근로자의 실질임금 수준을 상승시켜 경제 활성화 등의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소득 불평등을 해결하려면 생활임금액이 최소 시급 1만원 이상이 돼야 한다는 요구가 있지만, 열악한 지자체의 재정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활임금제에 대한 긍정적 인식 강화, 생활임금 근거법안 마련, 정부의 고용주에 대한 적극적 보상을 통해 생활임금제를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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