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관 하려다 추락…금융당국 조사받게 된 이유정

헌법재판관 하려다 추락…금융당국 조사받게 된 이유정

입력 2017-09-01 14:16
수정 2017-09-01 14:16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文대통령 지명 25일 만에 자진 사퇴…‘대박’ 주식투자에 발목

여러 논란 속에서도 국회 청문회를 일단 끝내고 문재인 대통령의 임명 절차를 남겨두고 있던 이유정(49·사법연수원 23기)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명 25일만인 1일 주식투자 논란으로 결국 자진 사퇴의 길을 택했다.

그를 둘러싼 국회 청문회 후에도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 여부가 결정되지 않은 채 논란이 이어졌다. 형식상 일정 기간이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할 수는 있지만, 야당이 모두 반대 입장을 보이면서 여야 간에 갈등 양상마저 연출되던 상태였다.

이화여대 법학과를 졸업한 이 후보자는 1991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1994년 검사로 임용됐다. 그러나 “검사와 잘 맞지 않는다”며 2년 만에 퇴직한 뒤 변호사로 개업해 20년 넘게 다양한 공익 소송을 맡으며 보폭을 넓혀왔다.

2015년 청해진 해운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한 세월호 유가족이나, ‘땅콩 회항’의 피해자 박창진 대한항공 사무장 등이 모두 그의 의뢰인이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여성인권위원장을 맡는 등 여성인권 강화 활동에도 힘써왔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홍상수 영화감독과 최태원 SK 회장의 이혼 청구 사건을 맡는 등 전형적인 로펌 변호사로서 ‘실리’ 측면에 도움이 되는 소송도 다수 진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부장판사 남편과 영국 명문대에 진학한 딸까지 겹쳐져 이 후보자는 일과 가정 모두에서 성공을 거둔 여성 변호사로 업계에서 통했다.

과거 특정 대선후보·서울시장을 공개 지지하는 등 뚜렷한 정치 성향을 보여온 점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청문회에서 “중립을 지키겠다”고 약속해 정면 돌파를 시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관급 예우를 받는 헌법재판관 임명 문턱에서 그의 발목을 잡은 것은 다름 아닌 ‘대박’ 주식투자였다. 코스닥·비상장 주식투자로 최근 1년 6개월 사이에 12억2천만원이라는 거액의 이익을 거둔 것과 함께 가짜 백수오 파동의 중심에 섰던 내츄럴엔도텍 주식으로 5억여 원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밝혀지며 논란이 일었다.

특히 내츄럴엔도텍은 이 후보자 소속 법무법인이 관련 사건을 수임한 것이 밝혀지면서 이 후보자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해 투자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는 “주식투자 과정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거듭 해명했지만 비판 층에서 ‘유정 버핏’, ‘헌법재판관이 아니라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을 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왔다.

그는 금융당국이 조사에 나설 채비를 보이자 결국 스스로 물러나면서 헌법재판관 후보자에서 피조사자가 될 위기에 처했다.

바른정당 오신환 의원이 금융위원회에 이 후보자의 주식거래 의혹을 조사해달라는 진정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금융위는 통상 절차에 따라 진정 사건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이 후보자 측 관계자는 “전날 국회에서 김이수 헌재소장 권한대행 임명 동의가 불발되며 거취 고민을 한 것으로 안다”며 “재산 문제가 불거진 것도 향후 재판관직 수행에 걸림돌이 될까 우려했다”고 전했다.

연합뉴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