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뉴얼 안 지켰을 수도…” 전문가가 보는 크레인사고 원인

“매뉴얼 안 지켰을 수도…” 전문가가 보는 크레인사고 원인

김태이 기자
입력 2017-12-20 12:29
수정 2017-12-20 1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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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워크레인조합 “슈가 마스트에 결합하지 않은 듯…슈 마찰흔이 단서”

5명의 사상자를 낸 경기 평택 아파트 건설현장 타워크레인 사고가 부품 자체의 결함보다는 작업자들의 매뉴얼 미이행이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장에서 수거된 부품에 남은 마찰흔의 이유를 설명할 수 있는 의견이어서, 조사 당국도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20일 한국타워크레인협동조합 소속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고 영상에는 지브(붐대)와 마스트(기둥) 상부를 받치는 슈거치대가 부러지기 직전 마스트에서 분리되는 모습이 보인다.

곧이어 슈가 부러지고 텔레스코핑 케이지(인상작업 틀)가 마스트 1개 단 높이인 3m가량 내려앉으면서 충격으로 작업자가 추락하고 지브가 꺾여 마스트와 충돌하는 등 사고가 났다.

한상길 타워크레인조합 이사장은 “마스트 외벽에 ‘┘’모양으로 튀어나온 탑펫이라는 걸쇠 안으로 슈를 맞물려 끼웠다면 절대 슈는 부러지지 않는다”라며 “탑펫에 정확하게 결합하지 않고 그 위에 슈를 걸쳐놓은 경우 영상에서 보이는 모습과 같은 형태로 사고가 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 가설이 맞는다면, 엄밀히 말해 슈가 부러져 사고가 난 것이 아니라 슈가 탑펫에서 탈락하면서 사고가 난 것”이라고 부연했다.

슈는 인상작업 중 상부의 하중을 받치도록 요크라는 부품 좌우측에 하나씩 결합한다.

요크 1개에 슈 2개를 결합하면 ‘U’자 형태가 나오는데, 이를 마스트 외벽 탑펫에 결합하면 상부의 하중을 100t 이상 견딜 수 있다.

사고 크레인의 요크와 슈는 설계 하중의 3.25배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됐다. 대략 계산하면 상부 하중을 180t 이상 견딘다는 뜻이다.

사고 크레인 소유 업체는 2007년 중고가 아닌 새 제품으로 구입한 뒤 요크나 슈를 교체하지 않은 채 정품을 그대로 쓰고 있었다고 조합측은 밝혔다.

사고 현장에서 수거된 잔해물을 보면, U자 형태의 슈와 요크 결합물 중 처음 벌어진 오른쪽 슈는 마찰흔이 선명하며 요크에 그대로 붙어 있다.

하지만 반대쪽 슈는 완전히 떨어져 나갔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흔적으로 미뤄, 사고 전 오른쪽 슈가 탑펫에 정확하게 결합하지 않아 미끄러지면서 왼쪽 슈로 상부의 하중이 쏠리면서 왼쪽 슈가 완전히 부러지고 텔레스코핑 케이지가 내려앉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또 잔해물로 추정할 때 슈와 탑펫을 결합할 때 ‘이탈방지 안전핀’을 제대로 걸지 않았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이사장은 “작업자들이 숨지거나 다친 상황이다 보니 작업 매뉴얼 미이행이 원인일 수 있다는 주장을 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도 “그러나 현장에서 또 타워크레인 사고가 발생하지 않게 하기 위해선 사고 원인을 정확하게 밝힌 뒤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생각에서 전문가 의견을 취합해 언론에 알리기로 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는 현장 전문가들이 잔해물과 사고 영상을 분석해 도출해 낸 의견이며, 사고원인 조사결과는 당국의 수사를 통해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사 당국 관계자는 “일단 부품의 적정성 여부를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으나, 요크와 붙어있는 슈 외면에 나타난 마찰흔은 중요한 단서일 수 있다고 본다”라며 “현장 합동 감식과 잔해물 정밀 감정 결과를 봐야 사고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18일 오후 2시 40분께 경기도 평택시 칠원동 한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L자형 러핑 타워크레인의 텔레스코핑 케이지가 3m가량 내려앉으면서 그 위에서 작업 중이던 정씨가 추락해 숨졌다.

사고 크레인은 프랑스 포테인사에서 2007년 제조한 MCR225 모델로, 해당 아파트 공사현장에는 지난해 12월 10일 설치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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