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반대측, 투표 거부 목소리 크지만 입지 좁아져
바른정당과의 통합반대에 탈당까지 내걸었던 국민의당 광주·전남 당원들이 안철수 대표의 전(全)당원 투표 제안에 명확한 찬반 의견을 표명하지 못한 채 갈팡질팡하는 모습이다.그동안 국민의당 이 지역당원들은 통합반대 깃발 아래 대체로 한목소리를 냈었지만 안 대표 투표 제안 이후 지역당원들도 의견이 갈리는 양상이다.
여전히 큰 목소리는 통합반대지만 투표든 뭐든 어떻게 해서라도 빨리 당 입장을 정리해 혼란을 그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통합반대측은 안 대표의 투표 제안을 통합을 위한 진행 절차로 보고 투표 자체를 보이콧하려는 움직임도 보인다.
20일 안 대표 제안을 전해 들은 국민의당 소속 한 광주시의원은 “당원 의견을 물어 결정한다는데 무턱대고 반대할 수도 없는 처지”라면서도 “당의 기반은 호남인데 지역 여론을 무시하고 통합 추진을 위한 투표를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시의원은 “통합 사안을 가지고 투표를 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생각한다”며 “통합을 하고 싶으면 나가서 하면 되지 이런 투표가 당에 무슨 도움이 되느냐”고 격하게 반발했다.
그는 “반대가 나오면 당 대표를 사퇴한다는데 그렇게 당이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 선거를 어떻게 치르겠다는 것이냐”고 말하기도 했다.
전남 동부권의 한 군의원도 통합반대 지역 민심을 전하며 투표에 반대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 군의원은 “이때까지 의견 수렴을 하고 다녔으면 그걸 토대로 판단하면 되지 난데없이 투표를 왜 하느냐”며 “투표는 통합으로 가려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통합을 반대하는 목소리는 이처럼 여전히 크지만 이들이 실제로 단체행동 등을 하기 위한 입지는 안 대표 제안으로 매우 좁아졌다고 보는 것이 지역 정치권의 시각이다.
통합에 대한 당원 의견을 묻는 투표 자체를 거부할 명분이 없는 데다 투표에 참여한 후에는 투표 결과를 무시하고 탈당하기도 현실적으로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특히 선거를 위해 탈당을 강행하더라도 기존 기득권을 모두 포기해야 하는 부담도 져야 한다.
탈당한 채 선거에 나서면 민주당과 국민의당 모두를 상대로 싸워야 하는 승리를 점치기 어려운 선거판이 될 수 있다.
광주의 한 구의원은 “통합반대측으로서는 이렇게 하기도 저렇게 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 왔다”며 “안 대표의 승부수가 호남의 딜레마를 제대로 찌른 것 같다”고 전했다.
본인을 중도라고 표현한 전남지역 당원은 “당을 혼란 속에 계속 둬서는 안 된다”며 “어떤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하루속히 의견을 모아 당력을 하나로 집중시켜 지방선거에 나서 승리해야 당이 존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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