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철 기소 수순…원세훈도 불러 ‘블랙리스트·방송장악’ 혐의 수사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과 공모해 정권 차원의 ‘공영방송 장악’ 과정에서 실행자 역할을 한 의혹을 받는 김재철 사장이 19일 검찰에서 비공개 조사를 받았다.보수 정권 국정원의 각종 정치개입 의혹을 파헤치는 ‘적폐청산 수사’가 7부 능선을 넘어 종착점을 향하는 가운데, 김 전 사장에 대한 기소도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20일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팀장 박찬호 2차장검사)은 전날 김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 전 사장이 검찰 조사를 받은 것은 지난달 10일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된 이후 처음이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MBC 사장으로 재직한 김 전 사장은 국정원으로부터 ‘MBC 정상화 문건’의 내용을 전달받아 ‘블랙리스트’에 오른 연예인을 방송 프로그램에서 하차시키고 퇴출 대상으로 분류된 기자·PD 등을 대거 업무에서 배제한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국정원 정보관이 주로 전영배 전 MBC 기획조정실장을 통해 문건 내용을 전달했고, 김 전 사장이 문건 상의 로드맵을 그대로 실행해 국정원의 방송장악 공작에서 ‘순차적 공모 관계’를 형성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러나 김 전 사장은 “MBC는 장악할 수도, 장악될 수도 없는 회사”라며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전면 부인해 왔다.
검찰은 지난달 김 전 사장에 대해 국정원법 위반(직권남용), 업무방해,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위반 등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됐다.
검찰은 이후 국정원에서 제출받은 MBC 관련 내부 보고문건 등 추가 증거를 바탕으로 보강 조사를 벌였다. 김 전 사장에게도 그간 수집한 증거와 관련한 사실관계를 주로 캐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사 내용을 검토한 뒤 조만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검찰은 21일 오후에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MBC 등 방송장악 의혹과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의혹 등을 집중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국정원의 각종 정치개입 사건에서 ‘정점’으로 평가받는 원 전 원장은 지난 7일 민간인 댓글 부대인 ‘사이버 외곽팀’ 운영과 관련해 국고손실 혐의로 우선 기소된 바 있다.
검찰은 방송장악 및 블랙리스트 의혹 등 원 전 원장의 광범위한 혐의와 관련해 여러 차례에 걸쳐 추가 기소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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