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화문이 생사 갈랐나…1층서 연기 차단 안돼 각층에 확산

방화문이 생사 갈랐나…1층서 연기 차단 안돼 각층에 확산

김태이 기자
입력 2018-01-29 15:59
수정 2018-01-29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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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에서 19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원인 중 하나로 1층에 없던 방화문이 거론된다.

김한수 세종병원 화재사건 수사본부 부본부장은 29일 경남 밀양경찰서에서 진행된 브리핑에서 “1층에서 (연기가) 차단이 됐으면 연기가 소량이었을 것”이라며 “차단이 안 돼 각층으로 연기가 올라가 엄청난 열기가 났고 피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번 화재 당시 엄청난 열기와 연기 탓에 다른 층의 방화문 일부도 찌그러졌고 그 틈으로 연기와 유독가스가 퍼졌다.

세종병원은 건물 내 중앙복도를 중심으로 각 층으로 들어가는 입구가 연결된 형태의 건물이다. 방화문을 열어야 각층으로 들어갈 수 있다.

방화문은 이처럼 평소에는 출입문 역할을 하지만, 화재 등 유사시에는 연기의 확산을 막아 인명피해를 최소화하는 최후의 버팀목이 된다.

감식 결과 세종병원에는 1층에 방화문이 없었고 2층부터 5층까지 중앙계단 쪽에 방화문이 1개씩 있었다.

불이 나면 연기 등이 계단을 통해 위로 올라가게 마련인데 1층에 이를 막을 방화문이 없다 보니 2층부터는 속수무책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감식에서 2층에 설치된 방화문이 가장 많이 찌그러진 것으로 확인됐다. 2층에서 발생한 사망자도 20명이나 됐다.

2층에서 구조돼 부산의 한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는 이옥순(78·여) 씨는 “갑자기 연기가 들어차 젖은 손수건과 겨울 이불을 뒤집어쓰고 버티고 버티다 의식을 잃었다”고 말했다.

1층에 방화문이 없어 1차적으로 연기 차단이 안 된 데다 병원 측이 설치한 불법 가림막 시설이 연기 배출까지 막아 대형 참사로 번진 셈이다.

경일대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교수는 “1층에 방화문이 없으면 다른 층의 방화문은 사실상 무용지물”이라며 “건물 미관과 이동 편의성 등의 이유로 1층에 방화문을 설치하지 않으면 건물 전체가 1층에서 발생하는 화재에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이어 “방화문은 늘 닫혀있어야 하는 게 원칙”이라며 “일부 건물에서 열을 감지하면 자동으로 닫히는 방화문을 설치해 평소에 방화문을 개방하는 상태로 두기도 하는데 센서가 유독가스나 연기를 감지 못하면 이것 역시 속수무책”이라고 지적했다.

경찰은 그을음의 농도와 찌그러짐 정도 등을 토대로 세종병원의 방화문은 화재 당시에는 닫혀있던 것으로 추정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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