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이 텀블러 설거지… NO플라스틱 카페의 도전

고객이 텀블러 설거지… NO플라스틱 카페의 도전

김지예 기자
김지예 기자
입력 2018-07-31 22:48
수정 2018-08-02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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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카페 ‘보틀팩토리’ ‘얼스어스’
스테인리스 빨대·티슈 대신 손수건
테이크아웃 땐 컵 보조금 1000원 추가
“대여컵 회수율 30%… 빠르게 정착 중”
오늘부터 커피전문점 일회용컵 단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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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틀팩토리의 한 손님이 자신이 사용한 텀블러를 닦고 있다.
보틀팩토리의 한 손님이 자신이 사용한 텀블러를 닦고 있다.
31일 서울 마포구 연남동의 한 카페는 폭염 속 시원한 음료를 찾는 손님들로 붐볐다. 다른 커피전문점과는 달리 손님들의 손에는 일회용 컵이 아닌 텀블러가 들려 있었다. 빨대도 한번 쓰고 버리는 플라스틱이 아닌 세척 후 재사용이 가능한 스테인리스 재질이었다. 일회용 종이 냅킨이나 물티슈도 찾아볼 수 없었다. 대신 한쪽에 거즈 손수건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서대문구 연희동의 한 카페도 유리잔에 음료를 내어 주는 것이 규칙으로 돼 있었다. 다른 커피전문점처럼 점원이 “머그컵 괜찮으세요”라고 묻는 일도 없었다.

환경부가 1일부터 커피전문점의 일회용컵 사용 단속에 나서는 가운데 유리잔 등 재사용컵 사용을 원칙으로 하는 카페 ‘얼스어스’와 ‘보틀팩토리’의 풍경을 살펴봤다. 일회용컵을 사용하지 않는 카페임을 모르고 찾은 손님들은 처음엔 당황했지만 환경을 생각하는 ‘노플라스틱’ 카페의 운영 취지를 듣고선 적극 동의를 보냈다. 보틀팩토리를 찾은 손님 김모(33·여)씨는 “일회용컵에 익숙해 처음엔 어색했는데 금방 적응했다”고 했다.

두 카페는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고자 텀블러 할인과 보증금 제도를 도입했다. 얼스어스는 텀블러를 가져오는 손님에게 음료 가격을 2000원씩 깎아주고 있다. 또 휴지 한 장이라도 아껴 보자는 취지에서 거즈 손수건을 마련해 놓았다. 2016년 테이크아웃 손님에게 보증금 1000원을 받고 유리병을 대여했던 보틀팩토리는 조만간 뚜껑이 달린 재사용컵을 도입할 예정이다. 보틀팩토리 매장에는 손님이 직접 텀블러를 씻을 수 있는 싱크대가 따로 마련돼 있다.

두 카페 대표는 “처음에는 ‘노플라스틱’ 카페 운영이 잘될까 반신반의했는데 생각보다 빨리 정착된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보틀팩토리 이현철 대표는 “2년 전 팝업 스토어인 ‘보틀카페’에서 처음 보증금 제도를 시도한 뒤 3~4개월 후 손님들이 대여한 병을 하나둘씩 가져오기 시작했고, 회수율이 30% 정도 이르렀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부터 카페를 운영하고 있는 얼스어스 길현희 대표는 “일회용기에 담아 줄 수 없다고 하면 불쾌해하는 손님들도 간혹 있지만 취지를 설명하면 대부분 이해해 준다”면서 “음료뿐 아니라 디저트 포장 용기를 가져오는 손님도 꽤 많아졌다”고 전했다.

하지만 불편한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손님이 늘어나 음료를 제공할 잔이 모두 소진됐을 때에는 손님에게 양해를 구하고 빈 컵을 회수해 다른 고객에게 제공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또 일회용 휴지 대신 손수건을 사용하는 것을 위생상 꺼리는 손님도 꽤 된다고 한다.

설거지 부담이 늘어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두 카페 직원들은 손님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쉴 새 없이 설거지를 하고 있었다. 설거지 부담이 커지면 최저임금 인상과 맞물려 인건비를 더 지급해야 할 수도 있다는 점도 고민거리다. 그나마 두 카페는 좌석이 8개로 규모가 작은 편이어서 업무가 마비될 정도는 아니라고 한다. 길 대표는 “인건비를 생각한다면 일회용컵을 쓰는 것이 더 이익이지만 환경을 생각한다면 그 정도는 감수해야 할 부분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글 사진 김지예 기자 jiye@seoul.co.kr

고혜지 기자 hjko@seoul.co.kr
2018-08-01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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