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송도 무허가 선적장 르포
생활쓰레기·어망 등 범벅 된 ‘쓰레기 산’산업폐기물까지 섞어 팔다 그대로 방치
베트남·필리핀·태국 등 잇단 수입 금지
“중국발 분리수거 혼란 또 올라” 위기감
16일 인천 연수구 송도동에 방치된 컨테이너에 재활용이 불가능한 폐기물들이 가득 차 있다. 주변 곳곳에 생활쓰레기와 산업쓰레기가 뒤섞인 폐기물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현장을 함께 찾은 업계 관계자는 “수출을 하려다가 실패한 컨테이너들이 방치된 것”이라고 말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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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인천 연수구 송도에 위치한 무허가 재활용 쓰레기 수출 선적장을 찾은 물류업체 대표 강성호(가명)씨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수많은 컨테이너들이 합법적으로 드나드는 인천항 인근에 ‘쓰레기 산’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밖에선 쓰레기가 보이지 않도록 컨테이너를 층층이 쌓은 ‘컨테이너 성벽’도 있었다.
강씨는 올 초 ‘재활용 플라스틱을 수출해 달라’는 재활용 업체의 주문을 받아 베트남으로 물품을 운송했다가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입었다. 베트남 세관 통관 과정에서 그가 운송한 재활용 플라스틱이 불법 쓰레기 폐기물로 밝혀져서다. 이날 찾은 송도 컨테이너 선적장도 ‘불법 폐기물 브로커’의 실체를 확인하던 과정이었다.
인천 송도 인근에 폐기물이 산처럼 쌓여 있다. 옆에는 수출되다 남은 것으로 보이는 열린 컨테이너가 자리하고 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현장의 폐기물을 확인한 전문가의 의견도 다르지 않았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산업 쓰레기와 농어촌 쓰레기, 선별 후 잔재 폐기물이 뒤섞여 있다”며 “최근에는 쓰레기를 대규모로 수출하는 것뿐 아니라 브로커들이 소규모로 쓰레기를 공수해 와 항구 근처에서 실어 해외로 내보내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런 쓰레기들은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수출할 수 없는 종류”라면서 “아마 일반 수출품으로 속여 해외로 내보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필리핀에서 이런 한국의 불법 쓰레기 수출이 적발돼 망신을 톡톡히 당했는데 실상은 빙산의 일각이었던 셈이다.
쓰레기는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넓은 범위에 방치돼 있었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이날 선적장에는 거대한 쓰레기 더미만 있을 뿐 인적이 끊겼다. 강씨는 “이곳에서 폐기물을 수출하던 중 베트남과 필리핀 현지 언론들이 앞다퉈 한국의 불법 쓰레기 수출을 보도해 수출길이 막히자 재활용 업자들이 도주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방치된 쓰레기로 집단 민원도 제기될 것으로 보인다.
쓰레기에는 산업페기물, 생활폐기물들이 뒤엉켜 재활용이 불가능해 보였다.
박윤슬 기자 seul@seoul.co.kr
신형철 기자 hsdori@seoul.co.kr
2018-12-17 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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