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부모는 꼭 겪지 않길 바랍니다
“가슴이 타 틀어가 터질듯한 느낌입니다. 다른 부모는 꼭 겪지 않길 바랍니다.”지난 11일 충남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24)씨의 어머니 김미숙씨는 19일 “오늘도 아연실색할 만큼 위험한 곳에서 우리 용균이 동료들이 일하고 있다”며 울먹였다. 김씨는 이날 가습기 살균제 사건과 4·16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사회적 참사 특조위)가 중구 포스트타워 국제회의실에서 개최한 안전사회 토론회에 참석해 ‘제2의 용균씨’가 나오지 않길 바라며 이렇게 말했다.
발언하는 김용균 씨 어머니
19일 오후 서울 중구 포스트타워에서 열린 ‘안전한 사회를 위한 토론회’에서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운송설비점검을 하다가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은 고(故) 김용균 씨의 어머니 김미숙 씨가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18.12.19 연합뉴스
이날 토론회에 참가한 반올림(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의 공유정옥 활동가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노동자 건강권’이라는 주제로 발언을 이었다. 그는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사망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19)군과 2016년 5월 구의역에서 사망한 김모(19)군 등을 언급하며 “한국 사회 구성원 가운데 가장 튼튼한 이들의 목숨이 노동자의 삶을 시작하자마자 사라졌다”고 말했다. 이어 “전쟁 같은 우리 일터에서는 청년이든 고령 노동자든 죽고 다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구제와 시혜, 노동력 관리로서의 안전 보건이 아니라 인권으로서 노동자의 건강권이 필요하다”면서 “노동자들에게 작업장의 유해·위험 요인들을 알권리, 위험한 작업을 회피하거나 안전 관련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 치료하고 재활할 권리, 노동조합을 조직할 권리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어머니 김씨는 이날 발제자와 토론자의 발언을 경청했다. 특히 “유엔 인권조사관이 삼성전자의 작업환경보고서와 관련해 정보를 내놓지 않고 일을 시키는 것은 사기, 기만, 착취, 강제노동이라고 했다”, “노동자와 시민을 죽게 만드는 중과실을 낸 기업은 망하게 만들자”, “인명 사고가 반복되는 것은 사고가 나도 괜찮다고 여기기 때문이다”, “관리감독 기관은 노동자가 죽는 게 큰일이 아니라 기업이 멈추는 게 더 큰일이라는 관점을 가지고 있다” 등의 발언에 동의한다는 의미로 여러 차례 고개를 끄덕였다.
기민도 기자 key5088@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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