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김세권 대표 책임 명시” vs 사측 “무리한 요구 말라” 대치4차례 교섭 잇단 결렬…5차 교섭 일정 조율 중
25일 오후 서울 양천구 서울에너지공사 열병합발전소 굴뚝에서 409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 홍기탁 전 지회장과 박준호 사무장의 건강검진에 앞서 관계자들이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2018.12.25 연합뉴스
노사 양측이 ‘굴뚝 농성을 이른 시일 내 끝내야 한다’는 데에는 뜻을 같이하면서도 방법에 대한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아 굴뚝 농성이 끝날 시기를 점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스타플렉스 등에 따르면 노동자 측은 모회사 스타플렉스의 직접 고용을 요구하고 있으나 회사는 이 요구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맞서고 있다.
최근 교섭에서는 운영이 멈춘 파인텍을 되살려 노동자들을 고용하는 방안이 논의됐지만 세부 사항에서 의견이 엇갈리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13시간에 걸친 교섭 끝에는 노사 간 고성까지 오간 것으로 전해진다.
긴 시간 논의하던 안도 파기해버리고 원점으로 돌아갔다는 얘기도 나온다.
노동자들이 목숨 건 투쟁까지 벌여가며 모회사 스타플렉스 직접 고용을 고집하는 이유는 과거 별도 자회사를 세워 고용을 승계한다는 안에 합의했다가 좌절한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굴뚝 농성자 홍기탁·박준호씨와 단식 중인 차광호 금속노조 파인텍 지회장 등 파인텍 노동자 5명은 앞서 스타플렉스가 인수한 ‘스타케미칼’ 직원이었다. 이 회사는 연이어 적자를 내다 청산됐는데 이들이 해고된 게 바로 이때다.
해고에 반발한 차광호 지회장이 경북 구미의 스타케미칼 45m 굴뚝에 올랐고, 당시 408일에 걸친 고공 농성 끝에 자회사 ‘파인텍’을 새로 세워 고용을 승계하겠다는 회사 측의 약속을 받아냈다.
그러나 새로 세운 회사 파인텍은 생활을 하기 어려울 만큼 환경이 열악했다는 것이 노동자들의 주장이다.
컨테이너 건물 기숙사에는 이불도 부족했고, 식사는 하루 한 끼만 제공됐으며 월 급여가 기존에 받던 수준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파인텍 노동자들은 주장한다.
결국 노동자들은 회사가 고용, 노동조합, 단체협상 등을 승계하겠다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며 파업을 시작했고 그 투쟁이 전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든 최장기 굴뚝농성과 단식 등으로 현재에 이르렀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김세권 대표가 책임지는 조항을 명시해야 한다고 노조는 주장한다.
그러나 회사 측은 노동자들이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를 하고 있다고 강력하게 반발한다.
스타플렉스 전무인 강민표 파인텍 대표는 “김세권 대표가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서 노동자 측이 물러서지 않아 협상이 다시 원위치가 됐다”며 “고용보장, 위로금, 임금 등 접점을 찾아가던 협상 내용이 결국 원점으로 돌아갔다”고 교섭 결렬 원인이 노동자 측에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강 대표는 “노동자 측이 개선된 안을 내놓는다면 모르겠지만, 지금처럼 양보가 없다면 협상을 해봐야 소용이 없다”며 “농성하는 사람들에게만 인권이 있나. 합법적으로 기업 하는 나도 너무 힘들어서 이 나라에서 살고 싶지가 않다. 이 나라가 법치국가가 맞나”라고 항변했다.
한편 지난달 27일부터 4차례 만난 노사 양측은 현재 다음 5차 교섭 일정을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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