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코시 항소 기각…법원 “회사가 1억 배상”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이겼다.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1부(박미리 부장판사)는 23일 이춘면(88) 할머니가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회사 측이 1억원을 지급하라”며 1심과 같이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 할머니는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2015년 5월 1억원 청구 소송을 냈다.
2017년 3월 1심은 “일본은 중일전쟁, 태평양전쟁 등 불법적인 침략전쟁을 수행하면서 군수업에 필요한 인력을 강제로 동원했고 후지코시는 이 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승했다”고 판단했다.
취재진 질문에 답하는 이춘면 할머니
일제강점기 ‘근로정신대’ 피해자가 일본 전범 기업을 상대로 민사소송을 내 항소심에서도 이겼다. 서울중앙지법은 23일 이춘면 할머니가 일본기업 후지코시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원고일부승소로 판결했다. 이 할머니는 후지코시 도야마 공장에서 강제노동 등 반인도적 불법행위로 입은 정신적?육체적?경제적 피해를 보상하라며 2015년 5월 1억원 청구 소송을 냈다. 2017년 3월 1심은 “회사 측은 이 할머니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이날 오후 공판을 마친 이춘면 할머니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
이날 오후 공판을 마친 이춘면 할머니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19.1.23
연합뉴스
“주문. 피고의 항소를 기각한다”는 재판부의 짧은 말로 항소심 선고는 금세 끝이 났다. 너무 빨리 지나간 탓에 이 할머니는 자신의 사건에 대한 선고가 이뤄졌는지도 모른 채 다소 긴장한 모습으로 휠체어에 앉아 있었다.
소송대리인이 법정 밖으로 나와 “할머니가 이겼어요”라고 말해주자 그제야 환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이 할머니는 재판을 이긴 소감을 묻는 말에 “마음이 아주 최고”라면서도 “(일본에서) 전부 14∼15살되는 학교 재학 중인 애들을 데리고 갔다. 일본 가서 공부하면 훌륭히 된다는 생각에 뭣도 모르고 쫓아갔었다. 얼마나 고생했는지 말도 못 한다”고 고된 시간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밥을 너무 적게 주니까 굶어 죽은 이도 많고, 엄마 아버지 보고 싶어서 기절해서 죽은 이도 많았다”며 말을 잇지 못했다.
후지코시 회사를 상대로는 “돌아가신 양반들도 얼마나 한을 맺히고 갔느냐”며 “절대로 1억 이상 줘야 한다. 1억이 아니면 안 돼”라고 했다.
한 일본 외신 기자가 “판결이 나와도 기업에 배상금을 내지 말라는 방침을 가진 일본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고 묻자, “일본 정부는 절대로 반성해야 한다. 절대로 그렇게 비양심적이면 안 된다. 과거에 잘못한 것을 뉘우치고 반성하고 용서를 받아야 한다. 그냥 지나가면 안 된다”고 단호히 말했다.
한국 정부에 대한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이 할머니는 “한국 정부는 한국 사람이 일본 사람에게 어떻게 천대를 받았었나 샅샅이 알아봐야 한다. 절대로 엉거주춤하고 지나가면 절대로 안 된다”고 강조했다.
온라인뉴스부 iseoul@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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