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터,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 집회 현장 조사…“해군 지휘관 사과해야”
해군 “경비 직원과 시위대가 서로 험한 말…시위, 장병들 기본권 침해”시민단체 군인권센터(이하 센터)는 30일 “해군이 군인과 경비용역을 동원해 지난해 열린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 집회를 방해했다”며 제주해군기지전대장의 공개사과를 촉구했다.
센터는 이날 오전 이한열 기념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군이 현역 군인을 동원해 위력으로 정당한 집회를 방해하고, 집회 기물을 훼손했다”며 “기본권을 유린한 것에 대해 제주해군기지전대장이 서면으로 공개사과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지난해 10월 3일과 4일 제주도 강정 지역 인권·평화 활동가와 주민들은 제주 해군기지 정문 앞에서 제주 국제관함식 반대 집회를 열었다. 당시 집회 참가자와 해군의 경비 인력이 충돌했다.
센터는 “집회 참가자들이 집회 시설을 설치하는데 제주 해군기지가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한 경비용역들이 참가자들을 폭행했다”며 “제주기지전대 소속 군인과 군무원 50여명이 사복 차림으로 집회 현장을 둘러쌌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와 해군이 책임을 통감하고, 관함식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과오를 인정해야 한다”며 “현장 지휘관인 헌병대장에게도 엄정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센터는 “국군은 국민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면서 “신고된 집회에 대해 병력을 투입해 저지하는 행위는 군대가 스스로 자신의 책무를 저버리고 헌법상 자유를 중대하게 침해한 행위”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회에 병력투입을 지시한 제주기지전대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과 직권남용으로 처벌해야 한다”며 “집회 당시 폭행을 행사한 경비용역과의 계약도 즉시 해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아울러 “해군은 지휘관에게 인권교육을 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사과가 없다면 모욕·폭행, 집시법 위반 혐의로 지휘관 등을 고발하는 것도 검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지난해 제주 국제관함식 집회 참가자로부터 제보를 받고, 제주해군기지·서귀포 경찰서 관계자 등과 집회 참가자들을 상대로 현장 조사를 했다.
해군은 군인권센터의 조사결과에 대해 “피해를 본 것은 군 장병들인데 장병의 인권을 위한 시민단체가 시위대 말만 듣고 조사결과라고 발표한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해군 관계자는 “경비용역 직원은 우리와 계약해서 경비 업무를 대행해주는 것”이라며 “시위대가 사전에 신고되지 않았던 시설을 현장에 설치하고 정문 통행을 방해해서 이를 저지하는 과정에서 경비 직원과 시위대가 서로 험한 말을 한 것이다. 현역 군인은 시위 현장에 직접 개입한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오히려 시위대가 부대 정문을 가로막고, 밤에도 고성능 스피커로 해군을 비방하는 방송을 해서 장병들이 모욕감을 느끼고 밤에 잠도 못 잤다”며 “실제로 트라우마를 겪은 장병들은 치료도 받았다. 장병들에 대한 기본권 침해다”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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