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건 특성 적확히 파악해 판단…1심은 심각한 2차 피해 초래”‘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대위’ 환호…“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안희정 전 충남지사 규탄하는 시민단체
1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비서성폭행 관련 강제추행 등 항소심 선고공판에 앞서 여성단체들이 안 전지사의 유죄를 주장하고 있다. 2019. 2. 1 정연호 기자 tpgod@seoul.co.kr
158개 여성·인권단체 등으로 구성된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는 이날 선고 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 동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위력에 의한 성폭력의 입법 취지를 반영한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과”라고 말했다.
앞서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이날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공대위는 항소심 판결을 두고 “위력에 대해 좁게 해석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는 판단 기준으로 처벌 공백이 만연하던 ‘우월적 지위’, ‘업무상 위력’ 성폭력 사건에 대해 그 특성을 적확히 파악해 판단한 의미 있는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위력은 존재하나 행사되지 않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린 1심 재판부의 잘못된 판단으로 피해자에 대한 심각한 2차 피해를 일으키고, 수많은 여성의 공분을 초래한 데 대해 사법부가 겸허히 성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공대위는 “권력을 가진 사람이 유무형의 영향력으로 다른 사람의 인권을 침해하고 성적 침해를 저지르는 것을 더 철저히 감시해야 한다”며 “피해자가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언론을 통해 고발하지 않아도 법적·사회적 보호를 받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사법부 역할만으로 지독한 가해자 중심사회에서, 위력에 사로잡힌 사회에서 벗어날 수 없다”며 “우리 사회 전체가 가해자 중심사회, 위력에 사로잡힌 구조와 문화에 대해 질문하고 ‘미투’에 응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대위 활동가들은 그간 주장해왔던 내용이 대부분 법원에서 인정된 데 대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배진경 한국여성노동자회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오늘처럼 기쁜 날이 없었다”며 “(이날 판결은) 계란으로 바위를 깬 격”이라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기자회견 도중 수차례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기자회견 진행을 맡은 김혜정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의 선창에 맞춰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안희정은 유죄다’ 등 구호를 외쳤다.
여성학자 권김현영 씨는 “이번 판결을 통해 권력을 이용한 성적 착취가 법적으로 금지돼야 하며 위력에 의한 성폭력은 법적으로 유죄라는 것이 분명해졌다고 생각한다”며 “상식의 편에 선 재판부를 존중한다”고 평가했다.
공대위는 이날 오후 6시 서초구 정곡빌딩 남관 앞에서 집회를 열어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재차 밝히고 자축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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