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잊지 않겠습니다’
설연휴 마지막 날인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정의기억연대 주최로 열린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해결을 위한 제1373회 정기 수요집회에서 참가자들이 故 김복동 할머니를 추모하는 손팻말을 들고 있다. 2019.2.6 연합뉴스
‘일본군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는 이날 제1373차 수요시위를 열고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요구했다.
수요시위 현장 한편에 마련된 의자에는 지난달 28일 세상을 떠난 김복동 할머니를 기리는 영정사진과 꽃이 놓였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설날 때 수요시위를 맞이하면 여기 현장에서 길원옥, 김복동 할머니께 세배하고 세뱃돈을 받은 기억이 있다”며 “김 할머니가 영정으로 함께하지만, 우리의 세배를 받고 기뻐할 것”이라며 말문을 열었다.
이어 윤 대표는 “김 할머니의 삶을 되돌아보면 늘 남을 배려하고 남의 아픔을 감싸려 노력해왔다”며 “할머니가 우리에게 남겨준 것은 아픔이 클수록 다른 사람의 아픔을 돌아보라는 것”이라고 고인을 회고했다.
이어 “할머니는 우리 안에 어떤 폭력이 있는지 살피고 폭력의 문화를, 사회를, 조직을, 제도를 바꾸라고 앞장섰다”며 “깨어진 문화를 방관하고 살 것이 아니라 몸으로 살아 변화시키라고 걸어가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표는 또 김 할머니 장례 뒤 활동 계획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전국 각지에서 2억원이 넘는 장례 비용이 모였다”며 “장례를 치르고 남은 성금은 평화·통일·인권·노동·여성 5개 분야 11개 단체에 각각 200만원씩 설 선물로 보냈다”고 설명했다.
또 “할머니의 생일인 4월 17일을 기념해 각 시민사회 단체 활동가 자녀 10분을 선정해 장학금을 수여하고 재일 조선학교 아이들을 위해서도 남은 조의금은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비록 할머니는 돌아가셨지만 할머니는 ‘내가 김복동이다’라고 외치는 수많은 나비들로 되살아날 것”이라며 “앞으로 열어갈 수많은 세월의 길에 여러분이 함께해달라”고 호소했다.
참석자들은 “나의 목소리가 김복동의 목소리다”, “김복동은 우리의 삶으로 부활했다” 등 구호를 외쳤다.
이날 수요시위 참석자들은 성명에서 “피해자들의 용기 있는 행보와 시민들의 연대의 힘으로 만들어온 일본군 성노예제 운동의 역사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며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와 법적 배상을 이뤄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가 정의롭게 해결되고 피해 할머니들의 명예와 인권이 회복될 수 있도록 끝까지 연대할 것을 다짐한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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