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결정으로 ‘자사고 폐지’ 제동…교육부는 내심 ‘안도’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 폐지’ 제동…교육부는 내심 ‘안도’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4-14 10:59
수정 2019-04-14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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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기조 교육청과 ‘미적지근’ 교육부 엇박자…학생·학부모만 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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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 연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자사고 폐지 반대 집회 연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에서 자사고학부모연합회 소속 학부모들이 자율형사립고 폐지에 반대하는 집회를 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자율형사립고(자사고)와 일반고의 이중지원을 허용하면서 정부의 대표적인 교육 정책인 ‘자사고 폐지’에 제동이 걸렸다. 헌재 결정이 나기까지 학교 현장은 혼란을 겪었지만 정작 교육부 내부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대통령 공약으로 ‘자사고 폐지’ 정책을 내놓긴 했지만 강하게 밀어붙이기는 부담스러웠던 상황에서 헌재의 ‘일부 위헌’ 결정으로 이제 자사고 폐지가 교육감 손에 넘어가면서 오히려 부담을 덜었다는 판단에서다.

14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2017년 11월 “자사고의 우수학생 선점을 해소하고 고교서열화를 완화하겠다”며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개정안과 ‘고교체제 개편 3단계 로드맵’을 발표했다.

‘법령 개정을 통한 자사고-일반고 동시 모집 및 이중지원 금지’(1단계), ‘자사고 운영성과평가 강화’(2단계), ‘국가교육회의를 통한 고교체제 개편’(3단계)를 거쳐 자사고를 폐지하겠다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헌재는 교육부가 개정한 초중등교육법 시행령 중 이중지원 금지조항에 위헌 결정을 내렸다. 자사고 불합격생이 일반고에 지원할 기회를 잃는 등 학생 평등권이 침해된다는 이유에서다.

교육부의 정책이 일부 위헌 판단을 받은 셈이지만 교육부는 “시행령을 신속하게 개정하겠다”는 입장만 내놓았다. 교육부 내부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으로 자사고 폐지 반대 여론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자사고 폐지’ 정책은 김상곤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주도했다. 그러나 김 전 장관은 여러 교육정책에 혼선을 빚었다는 비판 속에 1년 3개월만에 물러났다.

김 전 장관이 물러난 후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에 별로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다. 후임자인 유은혜 부총리는 올해 2월 기자간담회에서 “본래 목적대로 하고 있는 자사고는 평가 기준에 맞게 유지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해 ‘자사고 폐지’ 공약의 톤을 한 단계 낮추기도 했다.

‘미지근한’ 교육부와는 달리 교육감 중 대다수를 차지하는 진보 성향 교육감들은 자사고 폐지 기조를 굽히지 않고 있다. 서울교육청은 헌재 결정에도 비판적 입장을 냈다.

교육청들은 올해 재지정평가를 받는 자사고부터 평가기준을 강화해 자사고의 존폐를 결정한다.

교육청 평가를 통과하지 못한 자사고에 대해 재지정을 취소하려면 최종적으로는 교육부의 ‘동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교육부는 ‘자사고 폐지는 이제 교육청 몫’이라며 발을 빼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이처럼 교육정책의 로드맵을 설계하는 교육부와 이를 바탕으로 현장에서 정책을 실현하는 교육청 간 정책 실현 의지에 차이가 나면서 예비 중3 학생·학부모들은 “그래서 자사고가 없어지는 것이냐, 안 없어지는 것이냐”며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교육부의 자사고 폐지 로드맵 3단계는 ‘국가교육회의(혹은 위원회)에서 최종 논의’다. 그러나 국가교육회의가 국가교육위원회로 전환되는 것 역시 계획만 연내로 잡혀있을 뿐 구체적인 전환 시점조차 안개 속이다.

이런 상황을 두고 일각에서는 ‘자사고 전면 폐지’ 공약이 사실상 유야무야된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온다.

문재인 캠프의 교육 공약 설계에 참여했던 이범 교육평론가는 “자사고를 법령 개정으로 폐지하지 않고 교육감 재지정평가에 맡긴 것 자체가 이번 정권이 공약을 추진할 의사가 없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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