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재정착 실태 점검
정부가 시범 시행 중인 ‘미얀마 난민 재정착 사업’이 미국이나 캐나다 등 선진국보다 취업·교육·언어 영역에서 우수한 정착 척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근무시간이 길어 자기계발 등에 어려움을 겪고 차별적인 시선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법무부는 5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재정착 난민 실태 점검을 위한 사례조사 연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사단법인 피난처 조사팀은 연구 용역을 의뢰받아 한국의 재정착 난민 86명 가운데 성인 38명과 아동 20명을 대상으로 정착 실태를 조사, 미국 덴버와 캐나다 랭글리시 지역의 재정착 난민 실태와 비교 분석했다.
●취업률 60%로 미국과 비슷한 수준
난민 재정착이란 유엔난민기구(UNHCR)의 추천을 받은 난민 중 특정 국가 정착을 희망하는 난민을 해당 국가에서 받아들이는 사업을 말한다. 한국은 2015년부터 3년간 태국이나 말레이시아에 임시체류하고 있던 미얀마 난민을 매년 30명 이내로 수용하는 시범사업을 벌였다. 문재인 정부 들어선 규모와 범위를 늘려 2차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평균 46시간 근무… 美 40시간 이상 14% 불과
한국 재정착 난민의 취업 상태는 비교적 우수했다. 성인 미얀마인 38명 가운데 60.5%인 23명이 취업을 한 상태로, 미국 재정착 난민(63.5%)과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근무시간은 미국보다 훨씬 길었다. 정규직 취업자의 주당 평균 근무시간은 46시간이며 취업자의 17.4%는 5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가족과 많은 시간을 보내지 못해 한국 사회에 동화될 기회가 적다는 점이 지적됐다. 반면 미국의 재정착 난민은 78%가 주 30~39시간 근무했고 40시간 이상 근무하는 경우는 14%에 불과했다.
한국 재정착 난민의 언어 습득 의지는 매우 높았다. 미국 재정착 난민은 영어 수업 참여율이 초기 66.8%에서 39.2%까지 뚝 떨어진 반면 한국 재정착 난민은 같은 기간 100%에서 94.4%로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한 난민은 “시장에선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없고 직장에선 다소 어렵지만 주변 도움을 받아 눈치껏 해결한다”고 답했다.
●차별 많이 느껴… “자립하도록 정착 지원을”
한국 재정착 난민들은 일상에서 차별을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난민은 97.8%가 ‘차별이 없다’고 답한 반면 한국은 60% 이상이 ‘차별을 느꼈다’고 답한 것이다. 난민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작용한 결과로 보인다. 조사팀은 “국민들이 난민 수용을 부담으로 여기지 않으려면 난민 정착은 일방 지원이 아니라 자기 책임 원칙에 따라 자립하는 방향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나상현 기자 greentea@seoul.co.kr
2019-04-16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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