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를 기억할게요”…‘김복동 장학생’과 함께한 수요시위

“할머니를 기억할게요”…‘김복동 장학생’과 함께한 수요시위

김태이 기자
입력 2019-04-17 14:16
수정 2019-04-17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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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복동 할머니의 이름을 딴 장학금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할머니의 뜻을 잇는 사람이 되겠습니다.”

17일 서울 종로구 옛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수요시위에서는 지난 1월 세상을 떠난 고(故) 김복동 할머니의 뜻을 기리는 장학금 수여식이 열렸다.

정의기억연대 등에 따르면 ‘김복동 장학금’은 일본군에 의한 위안부 피해 참상을 알리고 여성·평화 운동을 위해 헌신한 김 할머니를 기억하고자 마련됐다.

장학금은 할머니 장례식에서 모인 조의금을 바탕으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전국 각지의 여성·인권·평화·노동 분야 시민사회단체에서 일하는 활동가의 대학생 자녀 25명을 뽑아 200만원씩 총 5천만원을 전달했다.

장학생으로 선정된 구산하 씨는 이날 “김복동 할머니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였지만 역사와 시대의 증언자, 인권과 평화운동가였다”고 김 할머니를 기렸다.

구씨는 “할머니는 우리 모두의 삶의 지표이자 인생 선배”였다며 “앞으로 남은 시간 그 뜻을 이어 잘 살아가는 게 할머니를 잘 보내드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이정 씨는 “‘김복동 장학금’이라는 책임감을 부여받았다”며 “할머니가 평화와 인권을 위해 걸어온 길을 기억하고 행동하는 지성인이 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

윤미향 정의기억연대 대표는 “오늘이 김복동 할머니의 생신인데 누구보다 할머니가 가장 기뻐하실 것”이라며 “할머니를 잊지 않고 평생 활동하셨던 삶과 뜻을 잊겠다는 의미”라면서 눈물을 글썽였다.

김 할머니를 대신해 장학금 증서를 전달한 길원옥 할머니는 “세상에서 (해야)할 노릇을 다 하고 간 사람”이라며 김 할머니에 대해 그리움을 전했다.

한낮 기온이 20도를 웃돌아 초여름 같았던 이날 수요시위에는 서울 원당초등학교, 경북 상주중학교 학생들을 포함해 시민 300여명이 자리를 함께했다.

참가자들은 ‘일본 정부의 공식 사죄’, ‘가릴 수 없는 진실, 일본은 사죄하라’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위안부 피해 문제 해결을 위한 목소리에 힘을 더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일본 정부는 일본군 성노예제 피해자들에게 진정으로 사죄하고 올바르게 배상하라”며 일본의 반성과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그러면서 “한국과 일본 정부는 피해자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추진하라”며 일본 정부의 왜곡된 역사 교육 또한 바로 잡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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