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대표
그들은 위협 아닌 위협서 도망친 사람들일자리 빼앗을 거라는 편견도 개선해야
제임스 린치 유엔난민기구 대표
지난해 제주공항으로 예멘인 500여명이 입국한 이후 ‘난민’은 국내에서 더이상 낯선 존재가 아니다. 하지만 난민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선은 여전히 따갑다. 25일 서울 중구 유엔난민기구(UNHCR) 한국 대표부 사무실에서 서울신문과 만난 제임스 린치(62) 신임 대표는 “난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려면 더 활발한 공론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 부임 두 달을 맞은 그는 전 세계 난민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는 유엔난민기구에서 1989년 일하기 시작해 케냐, 이라크, 스리랑카, 레바논 등에서 근무해 온 ‘난민 전문가’다. 로스쿨을 졸업하고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변호사로 일하던 그가 난민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캄보디아 난민을 대상으로 무료법률 상담을 진행하면서다. 린치 대표는 “‘크메르루주’ 등 끔찍한 학살 사태를 겪고 난민 신세가 돼 미국에 와서 공부하는 캄보디아 학생이 있었는데 엄청난 학구열을 보였다”면서 “머나먼 나라로 쫓겨와서도 열심히 정착해 살려는 의지에 크게 감동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두 달간 마주한 한국이 다른 나라와 많이 달라 놀랐다고 전했다. 린치 대표는 “방글라데시에서 근무할 때는 난민이 70만명 이상이었는데 한국은 훨씬 적은 수인 500명으로도 엄청난 논쟁이 벌어지는 걸 봤다”면서도 “예멘이 한국에 익숙하지 않은 나라고, 한 번에 도착한 규모로는 최대였다는 점에서 그 감정도 이해된다”고 말했다. 이어 “키르기스스탄에서 근무할 때 ‘난민이 범죄를 일으킨다’는 우려가 있어 정부에서 설문을 진행했는데, 범죄율은 0%였고 오히려 난민들이 모범적으로 정착해 대통령이 일부 난민에게 직접 여권을 발급하기도 했다”면서 “한국에서도 토론회 등을 통해 난민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꿔 나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난민 신청자들이 겪는 제도적 어려움도 바뀌어야 할 부분으로 지적했다. 난민인권센터에 따르면 국내 난민심사 담당 공무원은 전국적으로 38명에 불과하고 지난해 기준 한국의 연간 난민인정률은 3%에 그쳤다. 린치 대표는 “공항에서부터 언어 장벽 때문에 난민 신청 의사를 밝히는 것 자체가 어렵다. 인력 자원이 충분하지 않아 생기는 문제”라면서 “지난해만 난민 신청자가 1만 6000명이 넘었고 앞으로 더 늘어날 수 있는 만큼 난민 심사관 등 지원을 강화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 김정화 기자 clean@seoul.co.kr
사진 이종원 선임기자 jongwon@seoul.co.kr
2019-09-26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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