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염포부두서 발생한 미사일 폭격 같은 폭발 위력 불구 다행히 사망자 없어
현장 주변 폐쇄회로(CC)TV나 시민들이 직접 촬영해 SNS 등에 올린 영상을 보면 등골이 서늘한 느낌을 감추기 어렵다.
이날 오전 염포부두에 정박해 있던 2만5천881t급 석유제품운반선에서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다.
불이 인접 선박으로 번지면서 두 선박에 타고 있던 선원 46명이 구조됐다.
그러나 선원 일부와 하역사 직원 등 1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안타까운 인명피해가 없지는 않지만, 이날 폭발과 화재 규모를 고려하면 사망자가 없다는 점이 다행스러울 정도다.
부두 옆 해상을 가로지르는 울산대교를 진행하던 차들의 블랙박스에 폭발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담겼다.
굉음과 함께 솟구친 불기둥은 울산대교 교량 상판(50∼60m)을 훌쩍 넘어, 높이 203m짜리 주탑에 이르렀다.
버섯 모양의 화염 형태는 TV에서 본 미사일 실험 장면의 그것과 유사했다.
바다를 사이에 두고 남구에서 동구 쪽으로 차를 몰다가 화염을 목격한 운전자들은 “어∼ 어∼” 하는 소리와 함께 급하게 차를 세웠다.
엄청난 위력의 화염이 뿜어내는 열기는 약 1.3∼1.4㎞ 떨어진 곳에서도 느낄 수 있었다.
차 안에 있으면서도 “뜨거워”를 연발했고, 한 운전자는 열기에 놀라 차를 후진하기도 했다.
사고 현장 주변에 있던 근로자들은 혼비백산하면서도 침착한 대응으로 피해를 줄였다.
주변 사업장 CCTV 영상을 보면 폭발 소리와 함께 땅이 울릴 정도로 큰 진동을 느낀 근로자들은 신속히 뛰어 몸을 숨길 수 있는 구조물 뒤에 숨거나 바닥에 엎드렸다.
흡사 폭격이 이뤄진 듯한 긴박한 상황에서도 적절한 대응이었다.
하역 작업을 위해 부두에 있다가 다친 남모(47)씨는 “석유화학제품 이송 작업을 준비하려고 폭발 선박에서 60m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는데, 조금만 가까이 있었어도 죽을 수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아찔했던 위기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등과 귀에 1도 화상을 입었는데, 정신적으로 많이 놀래서 몸이 아픈 것은 잘 못 느낄 정도”라고 했다.
그는 이어 “긴박한 상황에서도 부두 근무자들이 평소 교육받은 대로 해경 등 관계 기관에 신속히 신고했고, 해경 등의 대응도 빨랐던 덕분에 피해가 덜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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