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삶 담긴 특조위 보고서는 휴지 조각 됐다”

“비정규직 삶 담긴 특조위 보고서는 휴지 조각 됐다”

오세진 기자
입력 2019-12-04 00:00
수정 2019-12-04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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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균 1주기 추모위 재발방지 점검

현장은 위험 외주화 여전한데… 정부·여당 “직접고용은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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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희(왼쪽)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이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 실태점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전주희(왼쪽)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이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의 중대재해사업장 조사위원회 권고와 이행 실태점검 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오장환 기자 5zzang@seoul.co.kr
김용균씨가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작업 중 사고로 숨진 지 1년이 지났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재발 방지 대책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위험의 외주화’를 없애겠다는 정부 약속은 결국 말잔치일 뿐이라는 비판이다.

‘김용균 노동자 1주기 추모위원회’(추모위)는 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김용균 사망사고 진상 규명과 재발 방지를 위한 석탄화력발전소 특별노동안전조사위원회’(특조위)의 권고안 이행 실태를 점검하는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4월 국무총리실 소속으로 출범해 지난 8월까지 조사 활동을 한 특조위는 노동 안전을 위해 ▲발전 노동자의 직접 고용·정규직화 ▲사업주의 분명한 책임을 묻는 안전관리체계 구축 ▲정부의 관리·감독 강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제정 등 22개 권고안을 발표했다.

특조위 조사위원으로 참여한 전주희 서교인문사회연구실 연구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위험의 외주화’(사용자가 인건비 절감을 이유로 안전관리 책임을 하청업체로 떠넘기는 일)에서 노동자의 위험은 사용자(원청)의 책임이 아니라 노동자의 과실로 쉽게 전환된다”면서 “고인과 같이 발전소 하청노동자의 위험은 간접 고용이라는 불안전한 고용 형태와 얽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낙연 국무총리는 ‘특조위의 안을 100% 수용하겠다’고 말했지만 정부·여당은 여전히 ‘직접 고용은 어렵다’고 말한다”고 밝혔다.

이태성 발전비정규직연대회의 간사는 고인이 사망한 지 1년이 다 돼 가는데도 발전 노동자들의 작업 환경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이 간사는 “지금도 발전 노동자들은 석탄회(보일러에서 연소되고 남은 석탄 물질)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1급 발암물질에 해당하는 분진에 노출된다”면서 “그런데도 하청 노동자들에게 지급된 것은 2950원짜리 특진마스크뿐”이라고 비판했다.

고인의 어머니 김미숙 ‘김용균 재단’ 대표는 “715쪽 분량의 (특조위) 조사 결과 보고서에는 억울하게 죽어가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이 들어 있다”면서 “조사 보고서가 휴지 조각이 돼 가고 있어 정말 마음이 아프다”고 토로했다.

오세진 기자 5sjin@seoul.co.kr

2019-12-04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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