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이용 괜찮아요, 장애인도 맘 편히 오세요… ‘모두의 화장실’이니까요

성소수자 이용 괜찮아요, 장애인도 맘 편히 오세요… ‘모두의 화장실’이니까요

손지민 기자
입력 2022-03-15 20:32
수정 2022-03-16 03:47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성공회대에 ‘성중립 화장실’
국내 대학 최초… 오늘 준공

성공회대에 국내 대학 최초로 성별, 인종, 장애 유무와 관계없이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성중립 화장실’이 생겼다. 명칭은 ‘모두의 화장실’로 정했다.

성공회대는 15일 서울 구로구 캠퍼스 내 새천년관 앞에서 모두의 화장실 준공식을 16일 연다고 밝혔다.

모두의 화장실은 어린 아들과 엄마, 장애가 있는 부인을 돌보는 남편 등 성별이 다른 보호자의 도움을 받는 노약자·장애인이나 기존 화장실을 이용하기 어려운 성소수자 등을 배려한 화장실이다. 단순히 시설물을 만드는 것을 넘어 보이지 않는 견고한 차별을 없앴다는 의미를 지닌다.

모두의 화장실이 만들어진 새천년관 지하 1층은 대학 식당이 위치해 많은 이가 이용하는 공간이다. 이곳 화장실에는 출입 음성지원 시스템,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블록, 휠체어 장애인이 보기 편한 각도거울, 유아용 변기커버 및 기저귀 교환대, 소형 세면대, 접이식 의자, 외부 비상통화장치 등이 설치돼 있다.

성공회대 학생기구인 중앙운영위원회는 지난해 5월 모두의 화장실 설치 안건을 만장일치로 의결했으나 학교 측이 예산 집행에 부정적인 의견을 보이면서 계획이 무산된 바 있다. 학내 설문조사 등에서 부정적 여론이 거세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비대위 측은 대자보·현수막 등을 게시하고 학교 본부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통해 학교의 결단을 이끌어 냈다. 학교의 결정권자를 만나 여러 번 설득했고 교수 등 일부 구성원의 지지도 받았다.

부정적 여론에 대해서는 학내 문화를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당시 비대위원장을 맡았던 이훈 인권위원장은 “학교 안에서도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지만 모두의 화장실이 학내에 필요한 시설인 것은 분명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면서 “학교도 학생기구도 모두의 화장실을 성공회대의 문화로 정착시켜야 한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성중립 화장실은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은 2015년 백악관에 성중립 화장실이 설치된 이후 대학가를 중심으로 확산됐고 스웨덴은 성중립 화장실이 전체 공공 화장실의 70%를 차지한다.
2022-03-16 10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