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산 폭포비 남 일 같지 않아”...잇따른 폭우에 서울 도심 상습 침수지역 주민 불안

“군산 폭포비 남 일 같지 않아”...잇따른 폭우에 서울 도심 상습 침수지역 주민 불안

김중래 기자
입력 2024-07-11 17:13
수정 2024-07-11 17:13
  • 기사 읽어주기
    다시듣기
  • 글씨 크기 조절
  • 댓글
    0

충청·전북·경북 집중 호우로 6명 인명피해
2년전 ‘극한 호우’ 겪은 주민들 ‘불안·걱정’

이미지 확대
빗물 들어찬 오피스텔 지하
빗물 들어찬 오피스텔 지하 10일 장맛비가 들어찬 충남 논산시 내동 한 오피스텔에서 소방당국 관계자들이 구조 활동을 하고 있다. 이 오피스텔 지하가 참수되면서 1명이 숨졌다. 2024.7.10 충남소방본부 제공.
“엘리베이터 안에서 못 나오고 참변을 당했다면서요…. 여기도 똑같은 일이 벌어질지 누가 알아요.”

11일 서울 강남역 인근 한 노후 아파트에서 만난 김지영(59)씨는 “2년 전 아파트 단지 전체가 물에 잠겨 집 안에서 두려움에 떨던 기억이 난다”며 “서울은 아직 비가 많이 안 왔지만 뉴스를 보며 또 그때 같은 일이 벌어질까 무섭고 걱정된다”고 말했다. 서울은 2022년 중부지방 집중호우로 총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지난 9일 밤부터 10일 새벽 사이 충청·전북·경북 지역에 내린 집중호우로 6명(실종자 포함)의 인명피해가 발생하자 2년 전 기억을 떠올리며 불안해하는 시민이 많았다.

서울신문이 이날 서울 도림천 인근 5층 높이의 한 빌라에 가 보니 30㎝ 정도의 작은 창문 틈이 지상으로 돌출된 반지하 방이 보였다. 2022년 8월 이곳에 살던 40대 여성과 언니, 12살 난 딸 등 3명은 집중호우로 도림천이 범람해 들이닥친 물살을 피하지 못하고 숨졌다. 참사 이후 반지하 주택은 버려진 채로 남아 창문 안으로 어둠만이 짙게 깔려 있었다. 맞은편 빌라에 사는 박모(53)씨는 당시 기억을 떠올리는 것도 힘겨워했다. 그는 “비가 퍼붓더니 순식간에 물이 차올라 온통 물바다가 됐다”면서 “어떤 사람이 30분 넘게 아이(숨진 딸) 이름을 부르던 목소리가 아직도 생생하다”고 털어놨다.
이미지 확대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서울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왼쪽)과 11일 사고 현장의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2022.8.9, 김우진 기자
2022년 8월 집중호우로 서울 도림천이 범람하면서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참변을 당했다. 사진은 사고 직후 윤석열 대통령이 현장을 점검하는 모습(왼쪽)과 11일 사고 현장의 모습(오른쪽). 연합뉴스 2022.8.9, 김우진 기자
일대는 서울에서도 유독 반지하 방이 많은 곳이다.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 사이로 창문만 약간 보이거나 아예 길보다 낮은 위치에 지어진 방도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참사 이후 침수 우려가 있는 2만 8000여 반지하 가구에 물막이판 설치를 지원하고 있지만, ‘침수주택’이란 낙인을 우려한 집주인의 거부 등으로 난항을 겪고 있다. 이달 초 기준 지원 대상의 절반가량인 1만 5259호(54%)만이 물막이판 설치를 완료했다.

실제로 이날 둘러본 일대 반지하 가구 20곳 중 물막이판이 설치된 곳은 7곳에 그쳤다. 12곳은 설치가 되지 않았고 한 곳은 한쪽 창문에만 물막이판이 있었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반지하 가구에 물막이판 등 침수방지시설을 설치하지 않는 집주인에게 과태료 500만원을 부과하는 자연재해대책법 개정안을 제출하기도 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폐기됐다. 채진 목원대 소방안전학부 교수는 “주택가 지반을 높일 수 없다면 물막이판을 설치하고 장마가 오기 전 배수구를 청소해 물길이 막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close button
많이 본 뉴스
1 / 3
광고삭제
광고삭제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