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 복구는 언제쯤… 폭우에 무너진 제방

[포토] 복구는 언제쯤… 폭우에 무너진 제방

입력 2024-07-11 13:59
수정 2024-07-11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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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을 붙이려고 하니까 비가 억세게 내리던 그 새벽 생각이 나서 몸에 열이 막 오르더라고요. 자다 깨다 자다 깨다, 제대로 못 잤죠.”

폭우가 지나간 이튿날인 11일, 전북 완주군 운주면행정복지센터 2층 대피소에서 만난 박화자(74)씨가 부스스한 머리를 매만지며 말했다.

그는 전날 새벽 3시께 거센 빗방울로 집에 물이 들어차기 시작하자 황급히 집 밖으로 대피한 후 남편과 함께 소방대원들에 의해 구조돼 행정복지센터로 왔다.

당시 유리창을 깨고 집에서 탈출했던 터라 집에 돌아갈 형편이 안 돼 지난밤 남편 등 7명의 이재민과 함께 이곳 대피소 텐트에서 하룻밤을 보냈다.

박씨는 “잠도 안 오고 해서 새벽에 우리 아저씨(남편)랑 같이 집에 가서 옷가지 몇 개만 챙겨서 왔다”며 장롱이 넘어졌길래 겨우 일으켜서 흙이 묻지 않은 옷 몇 개를 챙겼다. 집 안이 진흙 범벅이고 빗물 냄새와 흙냄새 등도 심했다“고 말했다.

텐트는 간이침대 두 개와 대한적십자사에서 전달한 긴급구호물품을 놓으니 꽉 찰 정도로 좁았다.

물품 상자 위에 집에서 가져온 통장 세 개를 펼쳐 놓고 말리고 있었고 그 옆에는 흙이 묻은 로션과 휴대전화 충전기가 놓여 있었다.

그는 “언제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지 몰라서 일단 급한 것들만 챙겨왔다”며 “집에서 가져온 옷에서 비 냄새가 난다. 일단 세면대에서 비누로 머리라도 감아야겠다”며 자리를 떴다.

어제 오전부터 비가 잦아들면서 주민들은 수해 복구에 나섰지만, 주택 바닥 대부분이 진흙으로 덮여 있는 탓에 완전한 복구까지 수일이 걸릴 듯 보였다.

폭우로 물이 범람했던 장선천 앞 도로 역시 여전히 흙탕물과 나뭇가지 등 부유물로 가득했다.

운주면행정복지센터는 일단 긴급 복구공사를 해 수돗물이 나올 것이라고 안내했지만, 행정복지센터에서 7㎞가량 떨어진 산북리에는 아직도 수돗물이 나오질 않았다.

산북리에서 만난 인연순(76)씨는 ”지금 제일 필요한 게 물“이라며 ”물이 안 나오니까 물건을 닦을 수도 없다. 어제 마을 이장이 생수를 가져다줘서 그거로 간간이 물만 마시고 있다“고 현재 상황을 설명했다.

인씨는 어젯밤 진흙으로 범벅된 집에서 잠을 잤다고 했다. 10일 새벽 폭우로 종아리까지 물이 들어찰 정도로 주택이 침수됐지만, 다행히 침대는 완전히 젖지 않았기 때문이다.

인씨는 “어차피 마을회관에 가도 물도 없고, 이웃집에서 잠을 자는 것도 불편해서 집에서 잠을 잤다”며 “가스통이 넘어져서 사고라도 날까 봐 가스 불도 못 켜봤다. 피해가 그나마 적은 이웃집에서 밥을 나눠 먹고 있는데 신세 지는 것도 하루 이틀이지 미안하다”며 말끝을 흐렸다.

인씨의 집 마당에 있던 장독대는 옆으로 넘어지거나 물이 가득 차 있었다. 원래 된장이나 고추장 등을 담가 담아뒀지만 이젠 먹을 수 없게 됐다.

인씨 집 앞 도로는 폭우에 쓰러진 전신주가 아슬아슬하게 전선에 매달려 있었고, 부러진 나무 기둥들이 어지럽게 널브러져 있었다.

그는 “집 위쪽에 헌 옷을 모아다가 내다 파는 분이 살고 있는데 그 공장에서 헌 옷이랑 신발 등이 다 마당으로 떠밀려 왔다. 허리가 아픈데 이걸 어떻게 치워야 할지 모르겠다”며 “다들 피해가 큰데, 외지에 살고 있어서 복구가 더딜까 봐 걱정이다”고 우려했다.

전북자치도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 40분 기준 도내에서 주택 침수 99건, 주택 반파 1건, 가축(닭·소·오리 등) 폐사 13만3650마리, 농작물 침수 1008㏊ 등이 접수됐다.

대부분 완주에서 피해가 발생했는데, 완주군은 8억5천만원 규모의 피해 현황을 국가재난관리정보시스템(NDMS)에 입력했다.

행정안전부는 우선 완주와 익산에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위한 사전 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도는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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