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응급실 의사들, ‘미국 의사 되기’ 강연에 몰려들었다

“더는 못 버텨”…응급실 의사들, ‘미국 의사 되기’ 강연에 몰려들었다

김민지 기자
김민지 기자
입력 2024-08-30 15:03
수정 2024-08-30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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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캐나다 웨스턴 대학 빅토리아병원 이재헌 교수의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세션을 듣고 있다. 2024.8.30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캐나다 웨스턴 대학 빅토리아병원 이재헌 교수의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세션을 듣고 있다. 2024.8.30 연합뉴스


의정 갈등 장기화로 “더는 버티기 힘들다”고 토로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해외 진출 강연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는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학술대회 세션에서는 ‘한국 면허로 캐나다에서 의사하기’, ‘미국 의사 되기’ 등의 제목을 단 강연이 열렸다.

각 강연의 연사는 우리나라의 ‘빅5’ 대형병원서 재직하다가 캐나다, 미국 등의 병원으로 건너가 일하고 있는 의사들로 구성됐다. 이 외에도 호주에서 의과대학을 졸업한 현직 응급의학과 의사 등이 강연에 참여해 해외에서의 응급의학과 의사 업무와 처우 등을 소개했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부당한 대우를 받는 현실에 더 이상 우리나라에서 응급의학과 의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젊은 의사들을 위해 강연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그는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필요하고 수요가 많은데, 우리나라 처우가 이렇게 열악한 것에 해외에서는 놀라고 있다”고 전했다.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학술대회에는 응급의학과 사직 전공의와 전문의 등 400여명이 사전 등록했다. 해외 진출 관련 세션에는 시작시간 기준으로 100여명이 몰려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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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호주 의대 호주 의사 이민 준비’ 세션을 듣고 있다. 2024.8.30 연합뉴스
30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참석자들이 ‘호주 의대 호주 의사 이민 준비’ 세션을 듣고 있다. 2024.8.30 연합뉴스


만성적인 인력 부족을 겪는 전국 주요 병원 응급실은 의정 갈등으로 전공의들이 빠져나가고, 격무에 남은 전문의들마저 잇따라 사직하면서 파행 위기에 처했다.

세종충남대병원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부족으로 다음 달 응급실 야간 운영을 중단한다.

아주대병원 응급실에 근무하던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초 14명이었으나, 의정 갈등 속에서 3명의 사직서가 수리됐다. 남은 의사들 중 4명도 최근 사직서를 냈다.

건국대 충주병원 응급실도 근무하는 의사 7명 전원이 최근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9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에서 추석 응급의료 공백 위기설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여러 문제는 있지만 비상진료 체계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의료진이 부족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윤 대통령은 “응급실 의사가 부족한 것이 근본적으로 문제”라면서 “지방 종합병원이나 공공병원을 가 보면 응급실 응급의학과 의사가 거의 없다. 의료 개혁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원래부터 그랬다”고 말했다.

이어 “그분들에 대한 처우가 좋지 않기 때문인데, 그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수가를 개선해야 하고 행위수가제도 개선해야 하지만 우리가 그동안 그런 걸 안 했다”면서 “이제는 우리가, 국가가 나서서 국민들 더욱 안전하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 일해야 할 때가 온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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