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명을 신청합니다”…두번째 무산된 밀입북 시도

“망명을 신청합니다”…두번째 무산된 밀입북 시도

입력 2015-01-14 07:15
수정 2015-01-14 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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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엔 北대표부서 쫓겨나고 이번엔 두만강 건너…한달 만에 강제송환

마모(53)씨는 1980년대 대학에서 역사를 전공하다가 북한 체제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됐다. 김일성 항일투쟁사를 탐독하면서 ‘남한은 미국에 예속된 천민자본주의 사회, 북한은 선군정치사회’라는 왜곡된 역사인식이 생겼다.

대학을 졸업하고 유력 일간지에서 일하기도 했지만 적응하지 못했다. 여러 직장을 전전한 끝에 2007년부터는 별다른 직업 없이 생활했다. 그러는 사이 ‘북한 군부를 주축으로 조국통일을 이뤄야 한다’는 생각은 점점 굳어졌다.

”김일성 장군과 항일유격대원들의 빛나는 무장투쟁 정신은 전세계 자유수호 인민들과 우리 KOREA 민족의 가슴 속에 영원히 살아 있습니다.” 2010년 김일성 사망 16주기를 맞아 북한의 대남선전 사이트 ‘우리민족끼리’에 투고한 이 글은 마씨의 ‘종북 성향’을 그대로 보여준다.

당시는 2년 가까이 미국에서 노숙생활을 하고 있을 때였다. 그는 같은해 7월14일 워싱턴DC의 한 도서관에서 ‘북한 망명을 신청하려고 합니다’라는 제목의 이메일을 썼다. 유엔 주재 대표부를 통해 북한에 들어가기 위해서였다.

여러 차례 메일을 보냈지만 답장은 없었다. 유엔 한국대표부로 이메일을 잘못 보냈기 때문이다. 기다리다 못해 같은해 9월13일 뉴욕에 있는 유엔 북한대표부를 찾아갔다.

그러나 “대표부는 영사업무를 하지 않으니 입국비자를 받으려면 대사관을 찾아가라”는 차가운 답변만 돌아왔다. 미국에서 추방돼 한국으로 돌아온 마씨는 밀입북을 시도한 혐의로 1년간 징역을 살았다.

마씨는 출소하고서도 북한 생활의 꿈을 버리지 못했다. 이번에는 북한에 직접 입국하기로 했다. 지난해 11월 중국 다롄(大連)으로 출국해 두만강을 건넌 끝에 북한 땅을 밟는 데는 성공했다.

마씨는 “남쪽에서는 나를 정신병자로만 취급하고 자유를 구속한다. 북한에 살게 해달라”고 호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북한 생활은 채 한 달도 안돼 끝났다.

북한 적십자회는 “인도주의 견지에서 돌려보내기로 했다”며 지난달 26일 마씨를 강제송환했다. 그는 판문점을 넘자마자 국가정보원에 체포됐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이현철 부장검사)는 전날 마씨의 신병을 국정원으로부터 넘겨받아 수사를 시작했다고 14일 밝혔다.

검찰은 북측이 마씨의 ‘활용가치’가 작다고 보고 돌려보낸 것으로 판단했다. 그러나 북한 내 행적과 함께 공작원에게서 지령을 받았는지도 조사하고 있다. 정신이상 증세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국가보안법상 잠입·탈출 등 혐의로 마씨를 구속기소할 방침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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