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돌아와 결혼하겠다던 아들이 주검으로”

“곧 돌아와 결혼하겠다던 아들이 주검으로”

이하영 기자
입력 2019-01-02 17:10
수정 2019-01-02 18: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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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출신 이주노동자 딴저테이 아버지
당국 단속 과정서 사망한 아들 소식에 고통

“아들의 죽음으로 제 오른팔 하나가 떨어져 나간 것 같습니다. 이제 전 그저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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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의 단속 피하다 사망한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의 아버지
당국의 단속 피하다 사망한 이주노동자 딴저테이의 아버지
지난해 8월 법무부 불법체류자 단속 과정에서 사망한 미얀마 노동자 딴저테이(당시 26세)의 아버지 깜칫(54)은 2일 오후 1시 30분 서울 종로구 조계사 회의실에서 취재진을 만나 조심스레 심경을 털어놨다. 지난달 25일 한국에 입국한 딴저테이의 아버지는 이날 조계사를 찾아 딴저테이 사망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해 힘쓴 시민단체들과 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소속 스님들을 만나 깊은 감사의 뜻을 전했다.

깜칫은 “아들 딴저테이는 병든 형 대신 자기라도 가족을 부양하겠다고 한국까지 훌쩍 떠나 4년 동안 번 돈을 남김없이 가족에게 보냈던 착한 아들”이었다면서 “비자가 만료될 즈음 자기가 꿈이 있어 1년만 더 일하고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이렇게 됐다”며 고개를 떨궜다. 이날 아버지 깜칫은 마음에 담긴 말을 길게 꺼내놓지 못했다. 시종일관 목소리는 작았고, 대답을 할 때마다 곤혹스러운 듯 이마와 얼굴을 매만졌다. 마치 아들 사망의 무게가 그의 어깨에 놓인 듯 그의 어깨는 잔뜩 움츠려 있었다.

그는 “무엇보다도 아들의 죽음의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다. “법무부가 내놓는 자료만으론 누가 잘못했는지, 공개 영상 이전이나 이후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이 죽음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대통령께서도 힘써주시기를 꼭 좀 부탁드린다”고 부탁했다. 그러면서 “아직 한국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이상 이런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사건 발생 소식을 듣고 지난 9월 한국에 입국했던 깜칫은 아들의 뇌사 판정을 직접 들었다. 그는 “미얀마에서 아들이 잘못됐다는 소리를 한국에 있는 다른 미얀마 노동자 친구로부터 전화를 받았는데, 처음엔 병원 차트에 자살이라고 적혀 있었다고 전해들었다”고 했다. 그 외에 당국의 연락 등 일체의 사망 안내는 없었다. 아버지는 뇌사 상태였던 딴저테이의 장기를 4명의 한국인에게 기증하는 데 동의했다.

한국이 밉지는 않았냐는 질문에는 “아들은 어차피 죽어 살 수 없지만, 아들의 몸으로 아직 살아있는 다른 사람들은 살 수 있다고 해 그렇게 결정했다”고 했다. 또한 “아들이 죽을 당시에는 경황이 없어 몰랐지만, 진실을 밝혀주기 위해 애써주는 분들이 계셔 마음이 나아졌다”며 “정말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자리에는 딴저테이와 한국에서 함께 살았던 노동자 등 동료 2명도 함께 했다. 한국에서 딴저테이와 함께 근무했던 동료 노동자 A씨는 “딴저테이가 고국에 있는 여자친구와 결혼하기 위해 이번 김포 건만 끝나고 돌아가겠다고 했는데, 김포 현장에서 이렇게 됐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2014년 3월에도 다른 단속을 본 적이 있지만 그땐 문 앞에서 신분증을 검사하는 식으로 차분히 진행됐는데, 이번엔 갑자기 들이닥쳐 뛰어다니며 사람들을 잡아끄는 등 그때와는 많이 달랐다”고 증언했다.

딴저테이는 지난해 8월 김포의 한 건설현장에서 갑자기 들이닥친 법무부 불법체류 단속 과정에서 공사 현장에 떨어졌다. 그는 뇌사 상태에 빠졌다가 지난 9월 8일 한국인 4명에게 장기를 기증하고 세상을 떠났다. 딴저테이는 2013년 취업비자로 한국으로 넘어와 2018년 초 비자 연장이 안 돼 불법체류자 신세가 됐다. 이주노동자단체는 단속 과정에서 국가가 안전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않고 토끼몰이식 단속을 강행한 데 책임이 있다고 보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이 사건을 조사중이다.

깜칫은 이날 오후 5시 서울 광화문광장 김용균 분향소에서 태안화력에서 숨진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씨 어머니를 만나 아들을 잃은 부모로서 서로를 위로했다.

글·사진 이하영 기자 hiyoung@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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