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삿돈 337억대 투입해 고가 인수 의혹
부실 제작사 실소유주 319억 상당 이익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을 받는 김성수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대표(왼쪽)와 이준호 투자전략부문장의 변호인이 1일 오후 서울남부지법에서 열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2024.2.1. 연합뉴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카카오엔터)의 드라마제작사 고가 인수 의혹을 수사한 검찰이 카카오엔터 대표와 임원을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22일 서울남부지검 금융조사1부(부장 김수홍)는 김성수(62) 전 카카오엔터 대표와 이준호(49) 전 투자전략부문장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 배임증재, 배임수재, 범죄수익은닉규제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했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0년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하던 부실 드라마 제작사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가 고가에 인수하도록 공모해 회사에 319억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는다. 그 과정에서 이 전 부문장은 회사 매각을 대가로 319억원 상당의 이익을 얻었고, 김 전 대표는 이 전 부문장으로부터 12억 5646만원을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바람픽쳐스는 2017년 2월 설립된 뒤 3년간 매출뿐만 아니라 사무실이나 직원이 없는 상태였다. 이들은 바람픽쳐스를 비싼 값에 인수하기 위해 2019년 4월부터 9월까지 드라마 기획개발비와 대여금 등 명목으로 337억을 투입해 그 중 일부로는 김은희 작가와 장항준 감독 등을 영입해 몸값을 키웠다. 이 전 부문장이 실소유주임을 숨긴 채 한 사모펀드 운용사에 400억원에 인수됐다 같은 금액으로 카카오엔터에 팔렸다.
이 전 부문장이 1억원을 들여 세운 바람픽쳐스를 카카오엔터 자금 737억원을 투입해 인수하도록 했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이 바람픽쳐스의 실소유자가 이 전 부문장이었다는 사실을 회사 내부에 숨기고 외부 회계법인 실사나 가치평가 없이 임의로 고가의 인수액을 결정했다고 검찰은 보고 있다.
이 전 부문장은 고가 아파트, 골드바 등을 구입하고 김 전 대표에게는 자신 명의의 통장과 체크카드 등 총 18억원을 건넨 혐의를 받는다. 김 전 대표는 이 중 12억 5000만원을 미술품과 명품 구입, 생활비 등으로 사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전 부문장은 2017년 바람픽쳐스가 다른 콘텐츠 제작사로부터 드라마 기획개발비 명목으로 받은 60억 5000만원 중 10억 5000만원을 부동산 매입·대출금 상환 등 개인 용도로 쓴 횡령 혐의도 받는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에서 넘어온 카카오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를 들여다보던 중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직접 수사에 나섰다. 김 전 대표는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공모 혐의로도 지난 8일 불구속기소 돼 다음 달 첫 재판을 앞둔 상태다.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대기업 계열사의 최고 경영자와 임원이 내부통제시스템을 무력화하고 회사 자금으로 임원이 소유한 부실회사에 거액을 인수하기로 설계한 범행”이라며 “기업 경영진의 위법행위를 엄벌하고 공정하고 투명한 기업윤리 확립에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 전 대표와 이 전 부문장 변호인 측은 이날 “향후 재판 과정에서 사실 관계를 성실히 소명하겠다”고 밝혔다.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