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시 논술전형, 수능이 당락 가른다는 게 사실인가요

수시 논술전형, 수능이 당락 가른다는 게 사실인가요

입력 2013-04-30 00:00
수정 2013-04-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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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영향력’에 대한 소문과 진실

주요 상위권 대학은 수시 논술전형에서 가장 많은 신입생을 선발한다. 여기에서 당락의 결정적 변수는 수능 점수일까, 논술 점수일까. 수능 200여일, 수시 모집 시작 130여일을 앞두고 최근 대형 입시학원을 중심으로 ‘수시 논술전형의 당락은 수능이 가른다’는 입시전략이 유행하고 있어 수험생은 물론 대학 입학 관계자들의 우려를 낳고 있다. 논술 성적과 학교생활기록부, 수능 점수를 골고루 반영하도록 전형을 설계했는데 잘못된 입시정보가 수험생들로 하여금 사교육을 통한 수능 대비에 몰두하도록 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상당수 입시학원들이 “선택형 수능 도입과 함께 상위권 학생들의 B형 쏠림 현상이 나타나면서 예년보다 수능에서 좋은 등급과 백분위를 받기가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면서 철저한 수능 대비를 강조하고 있다. 이 말처럼 수시에서 정말 수능점수가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칠까? 2012학년도 수능 점수를 토대로 올해 주요 대학 수시 논술전형의 우선선발 기준 수능 등급 커트라인을 예측해 보고 합격 가능성을 알아보자.

대입전략연구소 행복한3월과 프로세스논술학원, 프린키피아 학원 등은 올해 수능에서 A·B형의 등급별 수능 점수 커트라인을 예측하고 이에 따라 각 대학의 수능 최저 학력기준 통과인원의 증감폭을 예측 분석했다. 올해 수능의 유형별 선택인원은 문·이과, 예체능 학생 비율과 대학별 A·B형 지정방식, 오는 6월로 예정된 모의수능의 A·B형 선택비율 등을 토대로 추정했다. 올해 수능의 등급 커트라인 예측은 2012학년도 수능의 영역별 등급과 백분위 점수를 토대로 추산했다.

분석 결과 국어의 경우 A형과 B형을 택하는 비중이 각각 55.9%, 44.1%로 예측됐다. 영어는 각각 35.6%와 64.4%였다. 수학의 경우 기존 수능에서도 가형, 나형으로 나누어 선택했기 때문에 올해 수능에서도 문·이과 계열에 따라 A형은 71.1%, B형은 28.9%의 수험생들이 선택할 것으로 보인다.

완화된 수능 최저 학력기준에 따라 예선전을 통과하는 학생의 숫자도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상위권이 몰리는 B형에서 예년에 비해 높은 등급과 백분위를 얻기 어려워지자 주요 대학이 우선선발의 수능 최저 학력기준을 대폭 낮췄기 때문이다.

인문계열의 경우 연세대와 고려대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연세대는 지난해 입시에서 우선선발 수능 최저기준을 언어·수리·외국어 모두 1등급을 요구했고, 고려대의 경우도 일부 모집단위를 제외하고 언·수·외 모두 1등급을 기준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2014학년도 입시에서는 연세대와 고려대 모두 국·수·영 등급 합 4등급 이내를 우선선발 기준으로 제시해 기준을 대폭 완화했다. 성균관대의 경우 2013학년도까지 언·수·외 등급 합 3등급을 반영했으나 올해부터는 국어, 수학, 영어, 탐구(1과목) 영역 가운데 잘 본 3과목의 등급을 반영해 3등급 안에 들면 되도록 기준을 낮췄다. 이화여대 역시 언·수·외와 탐구 과목 중 3과목 1등급에서 국어, 수학, 영어, 탐구과목 가운데 3과목 등급의 합이 4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자연계열 역시 연세대는 지난해 수리, 탐구영역 2과목 모두 1등급을 받아야 우선선발 대상에 포함시켰으나 올해는 수리 1등급과 탐구영역 2과목 등급을 모두 합쳐 3등급 안에만 들면 우선선발할 수 있도록 완화했다. 고려대도 지난해 수리 1등급과 외국어 또는 탐구영역 2과목 1등급 기준에서 올해 탐구영역 1등급 충족 과목 개수를 1과목으로 줄이는 등 기준을 낮췄다.

완화된 기준에 따라 수능 기준을 통과하는 수험생은 지난해 대비 연세대 47.4%, 성균관대 29.7%, 이화여대 87.9% 늘었고 자연계열의 경우 연세대 65.3%, 고려대 19.6%, 한양대 147.1% 등 큰 폭으로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문계열을 기준으로 연세대의 경우 2012학년도 수시 논술전형 응시자 가운데 4844명이 수능 최저기준을 통과했지만 올해는 7138명이 기준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성균관대 경영·사회과학 계열은 2012학년도 1만 2400명에서 올해 1만 8113명으로 5700여명(46.1%) 늘어날 것으로 예측되고 서강대 인문·사회계열의 경우 8241명에서 8788명으로 547명(6.6%)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의 경우 스크랜튼 학부를 제외한 전 모집단위에서 2012학년도 수능 최저기준을 통과한 인원이 8515명이었지만 올해 완화된 수능기준에서는 1만 5998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돼 87.9%의 높은 증가율이 예상된다.

자연계열도 마찬가지로 올해 수능 최저기준이 완화되면서 수능점수로 걸러내는 예선을 통과할 학생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연세대는 2012학년도 2698명에서 올해 4461명으로 1763명(65.3%) 늘어날 것으로 보이며, 고려대는 2012학년도 4416명에서 올해 5282명으로 866명(19.6%)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및 에너지공학과 등의 경우 2012학년도 수능최저기준을 통과한 인원이 2027명에 그쳤던 반면 올해는 2982명(147.1%)이 늘어난 5009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수능 최저학력 기준을 충족하는 수험생 비율이 급증하면서 올해 수시 논술전형에서는 지난해보다 치열한 경쟁률이 예상된다. 논술전형의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시키는 부담은 오히려 완화되고 이로 인해 우선선발 수능 최저기준을 충족한다 하더라도 논술전형에서 지난해보다 대폭 늘어난 경쟁률을 뚫어야 최종적으로 합격할 수 있다. 2013학년도까지 수시 논술전형의 우선선발 실질 경쟁률은 인문계열 주요학과의 경우 4대1에서 10대1 사이였지만 수능 기준을 통과하는 수험생이 많아지면서 실질 경쟁률은 올해 11대1에서 14대1로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예선전을 통과하는 수험생이 많아져 실질 경쟁률이 높아지면서 ‘수능만 잘보면 수시 논술전형에 합격할 수 있다’는 낭설은 통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진학지도협의회 관계자는 “올해 각 대학의 수능최저기준이 완화된 만큼 수능 등급에 대한 막연한 공포심 때문에 수시 논술전형에서 오직 수능에만 집중하는 전략은 합격 가능성을 오히려 떨어뜨릴 수 있다”고 말했다.

윤샘이나 기자 sam@seoul.co.kr

2013-04-30 2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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