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류·편향 등 문제점 652건”
우편향적 서술 등 논란을 불러일으킨 교학사의 고등학교 한국사 교과서가 교육부의 수정 명령과 자체 수정을 거치고서도 600건이 넘는 문제점이 발견되는 등 총체적으로 부실하다는 학계의 지적이 나왔다.한국역사연구회·한국고대사학회·한국근현대사학회·한국사연구회·한국중세사학회·한국민족운동사학회·한국역사교육학회 등 7개 학회는 19일 서울 중구 대우재단빌딩에서 교학사 교과서 수정본에 대한 검토 설명회를 열어 이같이 주장했다.
이들 학회는 교학사 교과서의 선사·고대사 서술에서부터 잘못된 역사 인식과 사실관계 오류, 표절 등이 무더기로 발견됐다고 밝혔다.
’우리 민족은…한반도 문화권을 형성해 나갔다’(15쪽)는 한국 고대 문화가 만주를 포함하고 있어 한반도에 국한하지 않는다는 점을 무시한 나머지 마치 중국의 동북공정을 수긍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고구려·백제 유민에 대한 통일신라의 정책을 서술하면서 학계에서 사용이 드문 ‘융합’이라는 용어를 쓴 점도 문제라고 이들 단체는 주장했다. 고구려·백제 유민에 대한 차별이 분명히 존재한 만큼 이 표현은 부적절하다는 설명이다.
하일식 한국역사연구회 회장(연세대 교수)은 “지난 9월 일제 식민정책에 대해 ‘융합주의’라는 표현을 쓴 것을 지적하자 수정본에서 이를 삭제했는데 삼국통일 서술에서 이 표현이 또 등장한 것을 보면 결국 교학사 교과서 필진은 일제 식민지배와 신라의 삼국통일을 동일선상에서 보는 것 아닌가 의심된다”고 말했다.
고려 태조 왕건의 유훈 ‘훈요십조’ 서술에서는 각 조를 요약하는 과정에서 본디 뜻과 다르게 내용을 전달했다는 오류가 지적됐다.
예를 들어 다른 교과서에서는 훈요십조 1조를 ‘불교의 힘으로 나라를 세웠으므로 사찰을 세우고 주지를 파견해 불도를 닦도록 하라’고 서술, ‘유훈’임이 잘 드러났지만 교학사 교과서는 이를 ‘우리나라의 대업은 부처께서 지켜주는 힘에 의지한 것이다’로 요약해 태조가 무엇을 지시했는지 알 수 없다고 이들 학회는 주장했다.
28쪽 가야토기 사진은 5세기대의 유물임에도 3세기 후반으로 설명했고, 11쪽 사진의 비파형 동검은 당시 고조선 영역이 아닌 경북 상주에서 출토됐음에도 고조선 출토 유물로 서술되는 오류도 나왔다.
안익태가 작곡한 애국가 선율은 ‘코리아 환상곡’에 삽입된 일부분임에도 마치 별개 작품인 양 ‘안익태는 해외에서 ‘애국가’와 ‘코리아 환상곡’을 작곡했다’고 서술한 부분도 지적 대상이 됐다.
278~285쪽에 수록된 일제 강점기 사진은 ‘1930년의 명동 거리’ ‘흥남 질소비료 공장’ ‘주로 일본인들이 살았던 경성 남촌’ 등 근대적 발전상을 보여주는 사진이 9개인 반면 조선인 수탈 등 식민지의 참상을 나타낸 사진은 1개뿐이어서 식민지 근대화론이 투영된 것으로 보인다고 연구자들은 비판했다.
4·19 혁명 당시 이승만 대통령의 담화문과 함께 ‘하야를 결정하는 이승만 대통령의 가장 큰 근심’을 생각해 보자는 과제를 제시한 부분, 10월 유신이 ‘박정희 대통령이 독재의 길을 걸어갈 수 있는 조치를 마련하여 주었다’는 서술에서는 독재자를 옹호하거나 독재를 얼버무리려는 의도가 엿보인다고 이들은 지적했다.
이들 학회는 교학사 수정본이 ▲ 사실 오류 ▲ 기존 교과서에서 쓰이지 않는 신조어 남발 ▲ 검증되지 않은 주장 서술 ▲ 식민지 근대화론적 역사관 ▲ 친일 미화·독재 예찬 등과 관련해 652건에 이르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고 설명했다.
7개 학회는 “교학사 교과서를 채택한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오류를 일일이 바로잡고 수업에 임해야 할 것”이라며 “대학수학능력시험이나 공무원 임용시험, 한국사능력 검정시험을 공부할 교재로 절대 쓸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 학회는 교학사 교과서의 오류를 추가로 공개할지는 향후 교육당국의 움직임 등을 지켜보고 나서 판단하겠다고 덧붙였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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