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 “고등교육 생태계 황폐화 우려…선제적 대응”대학·야당 일제히 ‘지방대 죽이기’ 우려 표명
정부가 대학 입학정원 감축을 핵심으로 하는 구조개혁에 나선 것은 입학자원이 크게 줄면서 대학들의 미충원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현재는 고등학교 졸업생이 대학 입학정원보다 많지만 오는 2018년에 대입 정원이 더 많아지는 역전 현상이 나타나고 2023년에는 대학의 초과 정원이 16만1천38명까지 불어난다.
먼저 지방대·전문대에서 시작되는 위기는 차례로 수도권 대학의 대학원 위기로 이어져 고등교육 전반의 생태계가 황폐화될 우려가 제기된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학령인구 급감에 대비해 앞으로 9년간 세 차례에 걸쳐 대학 입학정원을 16만명 감축하는 단계적 접근 방법을 택했다.
현 정원 기준 30%가량 달하는 대규모 인원을 일시에 줄이는 것은 부작용이 크다고 보고 지금부터 선제적으로 대비하자는 차원에서다.
이번 구조개혁 방안에는 정원 감축을 위한 평가의 공정성을 높이고 대학의 특성화를 유도하기 위해 대학평가를 정량·정성평가를 병행하는 절대 평가 방식으로 바꾸는 내용도 포함됐다.
정부는 이 같은 정원 감축과 대학의 퇴출을 강제하기 위해 가칭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1단계로 2017학년도 대입에 정원 4만명 줄어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대학 구조개혁 추진계획을 보면 올해부터 3년 주기의 세 번의 평가를 통해 정원을 감축한다.
감축 규모는 1주기(2014∼2016년)에 4만명, 2주기(2017∼2019년) 5만명, 3주기(2020∼2022년)은 7만명 등 모두 16만명이다.
이는 2013학년도 정원인 55만9천여명의 29%에 달하는 규모다.
대학구조개혁위원회가 오는 5월까지 평가 지표를 포함한 평가계획을 마련하면 실제 평가는 올 하반기부터 진행돼 전체 대학의 1주기 정원감축 계획은 내년 하반기에 발표된다.
대학들은 2013학년도 정원 기준으로 2017학년도까지 4만명을 줄여야 한다.
교육부는 2014학년도 이후 정원을 미리 줄인 경우 구조개혁 평가에 따른 감축으로 인정해주고, 2013학년도 이전에 감축한 정원도 감축 취지 등을 따져 일부 인정하기로 했다.
정원 감축은 4년제 대학과 전문대간 현재의 정원 비율(63:37)에 맞춰 대학은 2만5천300명, 전문대는 1만4천700명 줄인다.
정부재정지원사업 평가 시 대학 자체적인 정원 감축에 가점을 줘 대학의 자율적인 감축도 유도한다.
재정지원사업과 연계해 줄인 정원 역시 구조개혁 평가에 따른 감축으로 인정된다.
평가 결과 강제로 정원을 줄여야 하는 ‘우수’ 이하 등급에서의 등급별 감축규모는 사전에 정해지지 않았다.
평가를 통해 각 등급에 몇 개의 대학이 포함되는지가 나와야 등급별 감축규모가 산정되기 때문이다.
대학 퇴출방안도 마련했다.
평가결과 2번 연속 ‘매우 미흡’ 등급을 받게 되면 강제로 퇴출한다. 또 사립대 법인이 해산하고 남은 재산을 다른 곳에 출연할 수 있게 해 자발적으로 학교를 정리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다.
◇”수도권/지방 구분 없는 평가는 ‘지방대 죽이기’”
수도권과 지방의 대학 간 구분없이 평가하기로 한 방침에 지방대의 반발이 거세다.
교육부가 정책연구팀 이름으로 시안을 발표한 후 전국을 돌며 정책토론회를 진행했을 때 지방대의 요구를 받아 대학/전문대, 수도권/지방 등을 구분해 감축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에 대학/전문대만 구분하고 수도권/지방은 구분없이 일괄적으로 평가하는 것으로 입장이 바뀌었다.
서남수 교육부 장관은 이에 대해 ‘(수도권과 지방간) 구분을 하면 각 부문에 속한 대학들이 자기 분야가 덜 감축되도록 요구해 집단 간 이해관계가 상충한다”며 “(수도권과 지방간) 분할은 현실적으로 어렵고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방의 대학들은 상대적으로 교육여건이 열악한 지방대를 수도권과 같은 선상에 놓고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공정하다고 비판하고 있다.
전북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지방대에 불리한 현행 평가방법에서는 대학정원 감소분을 오롯이 지방대들이 감당해야 한다”며 “지금도 수도권 중심으로 대학 쏠림현상이 있는데 이 같은 현상이 더 심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야당의원들도 이날 성명서를 내고 “이번 구조개혁안은 지방대 죽이기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정부의 단편적인 대학구조개혁으로는 몇몇 지방대학을 퇴출하고 해당 학교 학생들에게 고통만 전가시킬 뿐”이라고 논평했다.
◇정량·정성 지표로 대학교육의 질 절대평가
구조개혁을 위한 평가는 대학운영과 교육과정 등 모든 영역을 대상으로 한다.
평가 영역은 크게 공통과 특성화 두 가지로 나뉜다.
공통 영역에서는 대학 발전계획, 학사운영, 교직원, 학생선발 및 지원, 교육시설, 대학(법인)운영, 사회공헌, 교육성과 등을 평가한다.
특성화 영역에서는 교육, 연구, 사회봉사, 평생교육, 산학협력, 국제화 등 각 대학이 가진 강점분야를 중심으로 한 특성화 성과와 계획을 두루 살핀다.
새롭게 정성평가도 도입한다. 예컨대 교육성과에서 취업 부문을 평가한다면 기존처럼 취업률로만 점수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대학이 학생 취업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도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교육부는 대학과 전문대간 평가지표를 별도로 설정하지만 국·공립대, 사립대간 평가지표는 동일하게 적용할 방침이다.
구체적인 평가지표와 지표별 반영비율 등은 대학구조개혁위원회 심의를 거쳐 확정된다.
구조개혁 정책을 총괄적으로 심의하는 대학구조개혁위원회는 교육계, 한국대학교육협의회·한국전문대교육협의회, 산업계, 법조계, 언론계, 지역발전위원회 등에서 추천한 인사 20명 이내로 꾸려진다.
실제 평가를 수행하는 비상설 평가단은 전·현직 교수, 산업계 인사 등 400여명으로 구성된다.
교육부는 대학 평가 결과에 따른 정원감축 등 구조개혁 조치의 강제성을 확보하기 위해 가칭 ‘대학 구조개혁 및 평가에 관한 법률’ 제정을 추진키로 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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