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순환법 제정 놓고 환경부-업계 충돌
현 정부의 국정과제로 채택된 자원순환정책이 장벽에 부닥쳐 공전되고 있다. 환경부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최봉홍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달 대표 발의한 ‘자원순환사회 전환촉진법’(이하 자순법)이 일부 업계의 반발로 제정 논의가 미뤄지고 있다. 매립·소각 부담금제 도입, 순환자원 품질제고와 사용확대, 폐기물 종료 인정, 자원순환 목표관리 등의 내용이 골자이다. 법률 제정으로 2020년까지 재활용 가능 자원이 매립되는 것을 제로(zero)화하자는 것을 목표로 한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매립·소각 부담금 등과 같은 새로운 규제는 부담을 가중시킬 뿐이라며 반발한다. 자순법을 놓고 충돌하는 환경부와 관련 업계의 속사정을 들어봤다.지난 22일 서울역 대회의실에서 열린 ‘자원순환사회 전환촉진법’에 대한 간담회에서 환경부와 관련 업계 대표들이 한자리에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하지만 자원재활용연대(의장 봉주헌) 등은 “폐기물 처리비용에 대해 이미 부가세를 10% 지불하고 있기 때문에 이중부담을 안게 된다”고 반발했다. 순환자원의 정의를 놓고도 의견이 엇갈렸다. 환경부는 순환자원과 폐기물이 재활용 기술에 따라 유동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칼로 베듯 경계를 명확히 구분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반면 일부 고물상 단체는 “지금까지 재활용이 ‘폐기물 관리법’에 따라 규제를 받기 때문에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순환자원은 폐기물에서 완전히 제외하여 별도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통산자원부도 자체적으로 이와 관련 법률안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회원사(3000개 업체)를 거느린 한국자원재활용협회(회장 조인배)는 환경부 입장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정덕기 환경부 자원재활용 과장은 “독일, 스웨덴, 스위스 등 우리보다 앞서 매립세를 도입한 나라들이 이미 2010년부터 생활 폐기물 매립이 1% 이하로 줄어든 점을 고려하면 제도 도입이 늦은 감이 있다”면서 “업계에서 우려하는 부담금제의 구체적인 내용은 하위법령 제정 시 충분히 의견을 수렴해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순환자원도 방치되면 결국 폐기물이 되기 때문에 폐자원을 고품질화하고 수요처를 확보해 주는 품질인증, 순환자원 의무사용 확대, 순환자원거래소 운영 등과 촉진 조치들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에서 단순 소각·매립되는 폐기물 중에 약 56%가 재활용이 가능한 자원이다. 단위 면적당 폐기물 발생량은 OECD 국가 중 네 번째이다. 재활용률이 84%(2011년 기준)로 성공을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재활용 방법의 60%가량이 단순한 파쇄·절단 위주여서 부가가치가 매우 낮다. 따라서 양적 성장보다는 질적인 성장으로 전환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자원순환 사회로 가는 것이 시대적 흐름이라고 말한다. 독일은 1995년 ‘자원순환 및 폐기물의 친환경적 보장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고, 일본도 2002년에 ‘순환형 사회형성 기본법’을 제정했다. 폐기물 처리 인프라가 부족하던 시절에 만들어진 폐기물 관련 법령은 바뀌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토론회에 참석한 나래RC 윤성필 이사는 “지금까지 재활용 가능한 폐기물이 낮은 매립 비용 때문에 활용되지 못하고 사장됐다”면서 “법이 제정된다면 재활용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고 지지를 표명했다.
글 사진 세종 유진상 기자 jsr@seoul.co.kr
2013-08-26 23면
Copyright ⓒ 서울신문.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