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직·가정불화로 자살하려던 50대 男, 술 끊고 약 먹고 맘 털어놓자 새 삶 찾아
막 50대에 접어든 조규창(가명)씨는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렸다. 불안이 반복됐지만 이런 사실을 차마 가족들에게 털어놓지 못했다. 여기에 심리적인 위축감까지 더해져 심각한 수면장애를 겪었다. 그래도 그럭저럭 버텨냈다.스트레스처럼 자주 거론되면서 실체가 모호한 개념도 드물다.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의학과 교수는 “이런 스트레스가 거의 모든 질병의 발병 및 악화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속속 확인되면서 치명적인 건강악화 요인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조씨의 상태를 파악한 의료진은 정신과적 치료를 시작했다. 상담을 통해 술의 폐해를 인식시켜 금주를 실천하게 했으며 약물치료와 면담을 병행했다. 치료 후 빠르게 증상이 호전됐다.
정신적인 문제가 해결되자 조씨는 예전처럼 밝은 모습으로 직장 생활도 거뜬히 해내고 있다. 스스로 “삶의 목표를 분명하게 재설정했더니 의욕이 되살아 나더라”고 말했다.
가족 간의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한 것도 도움이 됐다. 특히 딸과의 관계가 이전처럼 돈독해진 것이 그의 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기선완 인천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조씨는 기질적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데다 어릴 적 어머니와의 관계에서 마음의 상처가 컸던 탓에 자신의 어려움을 남에게 드러내 보이지 못했다”면서 “우선 금주와 함께 약물로 불안·우울 증상을 조절했으며, 이후 약물 투여량을 줄이면서 자신의 과거를 재인식하도록 도와 병적인 상태에서 벗어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기 교수는 “현재는 환자가 술이 아닌 건강한 방식으로 스트레스를 잘 관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심재억 전문기자 jeshim@seoul.co.kr
2013-02-25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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