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모를 질병 잠비아 소녀 한국서 ‘빛’

이름 모를 질병 잠비아 소녀 한국서 ‘빛’

최선을 기자
입력 2015-02-17 00:28
수정 2015-02-17 0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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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주변 종양 제거 수술만 10시간

중앙아프리카의 작은 나라 잠비아에서 태어난 찬사 멜리사(14)는 두 살 무렵부터 이름도 알 수 없는 병을 앓았다. 왼쪽 눈 주변 피부가 흘러내려 12세 무렵에는 왼쪽 눈에 백내장이 진행됐다. 왼쪽 발도 함께 부어올라 신발도 신을 수 없었다. 부모에게 버림받아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았다. 아픈 몸보다 더 서러운 것은 친구들이 멜리사를 괴롭히고 따돌린다는 사실이었다. 잠비아에서 원인을 찾지 못해 치료조차 받지 못하던 멜리사는 절망 속에서 살았다. 그러다 국제구호단체 기아대책이 진행하는 희귀질환 치료 프로그램 대상으로 뽑히면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했다.

16일 기아대책에 따르면 멜리사의 치료를 맡은 한양대병원 성형외과 김정태 교수는 ‘신경섬유종증’ 진단을 내렸다. 김 교수는 “종양이 눈 주변을 감싸고 있어 가만히 두면 안구 적출을 해야 하고 암으로 변형될 수 있던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29일 멜리사는 10시간 넘는 대수술을 받았다. 다행히 안구 적출은 피했고, 종양도 제거됐다. 허리 피부를 떼 제거된 부위를 덮는 피부 이식수술도 성공적이었다.

의식을 찾은 멜리사는 할머니에게 “수술을 받을 수 있어 고맙다”는 말을 가장 먼저 했다. 퇴원을 앞둔 멜리사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고 싶다”며 집에 갈 생각에 들떠 있다.

수술비 중 50%는 병원에서 부담했지만, 남은 치료비와 항공료 2000여만원은 여전히 부족한 상태다. 기아대책 관계자는 “모자란 비용은 기아대책 긴급의료지원기금으로 충당하고, 다시 모금을 통해 기금이 쌓이면 어려움에 빠진 아이들을 지원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선을 기자 csunell@seoul.co.kr

2015-02-17 2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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